황기, 당귀, 둥글레 우린 약물에 울금으로 황금색을 낸 돌솥밥과 울금을 섞은 소 갈빗살 떡갈비, 오가피 순이나 야콘 등으로 만든 장아찌 등 밑반찬까지 제천의 약초들을 적극 활용한 한상.
[충북일보=제천] 제천 청풍면은 청풍호반의 고장이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 경관에 먼저 마음을 빼앗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때마다 맛객들이 찾아들 식당들도 이질감 없이 섞여있다.
남제천IC를 빠져나와 82번 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청풍황금떡갈비'도 그 중 하나다. 금월봉 휴게소를 지나 청풍 랜드에 다다르기 전 보이는 본관과 별관은 언뜻 봐도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김지수 대표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황금가든이었다. 25년 전 시작했던 부모님의 송어회 전문점은 몇 년간 이곳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다 현재 금성면에 있는 '청풍황금송어'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을 되찾은 건 10여 년 전 청풍황금 2호점으로 새롭게 시작할 때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의 식당을 도왔던 김 대표다. 단순히 음식을 나르거나 잔심부름을 한 것이 아니라 바쁠 때는 직접 회를 뜨기도 했던 든든한 아들이었다. 부모님이 2호점을 시작하셨을 때 막연했던 그의 꿈에 확신이 더해졌다.
수십 년 일궈온 부모님의 가게를 다른 방향으로 확장해보자는 꿈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의 패기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인근의 음식점들은 비슷한 메뉴 일색이었다. 차별화된 메뉴로 그가 선택한 건 떡갈비였다. 다양한 밑반찬들과 함께 내 한정식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가게 뒤로 펼쳐진 청풍호의 비경과도 어울리는 듯 했다.
전국의 유명한 집들을 가보고 수도 없는 칼질을 거쳤다. 돼지고기, 소고기 할 것 없이 다양한 비율로 섞어보고 숙성 과정을 시도했다. 오랜 연구 끝에 결정한 것은 소고기 갈빗살로만 손수 다져낸 떡갈비였다.
처음부터 위험부담을 안고 떡갈비만을 판매할 수는 없었다. 기존 메뉴와 병행해 판매하다 떡갈비를 찾는 손님이 점차 늘어갈 즈음 운명 같은 손님을 만났다.
우연히 식당에 들른 한 여행 작가는 '황금'이라는 가게 이름에 의문을 품었다. 이왕 황금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상징을 부여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었다. 마침 진도에 다녀왔는데 그곳에 '울금'이 유명하더라며 황금색과 어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열정적인 김 대표가 손님 한 사람의 의견도 허투루 듣지 않을 때였다. 곧장 울금가루를 이용한 연구에 들어갔다. 소 갈빗살을 이용한 떡갈비에 적정 비율의 울금으로 맛을 냈다.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돌솥 밥에도 울금을 넣었다.
처음에는 진도의 울금가루를 사용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제천에서 나는 울금을 직접 구입하고 손질해 말려낸 뒤 가루를 만들어 사용한다. 가루로 된 제품을 받아쓰면 시기에 따라 맛의 변화가 잦아서다.
울금돌솥밥은 원래 제천에서 나는 황기, 당귀, 둥글레 등을 우린 약물을 넣었다. 거기에 울금을 더하니 청풍황금떡갈비에 걸맞는 황금빛의 돌솥 밥이 완성됐다.
한방도시 다운 반찬들도 눈에 띈다. 오가피 순이나 야콘 등으로 만든 장아찌는 떡갈비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울금으로 황금빛을 입힌 도라지 정과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 인기 메뉴다.
1호점인 송어횟집과는 또 다른 반찬 구성에 도리어 신이 난 건 어머니였다. 그간 손님들에게 모두 보여주지 못했던 요리 실력을 다양한 반찬들을 구성하며 마음껏 펼쳐 보이는 어머니다.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아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언제나 손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더 나은 맛의 떡갈비를 만들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도모한다.
가족들의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대를 이은 맛집이 수 십 년째 청풍호를 지키며 손님들의 발길을 꾸준히 붙잡을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