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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8.15 14:10:37
  • 최종수정2017.08.15 14:12:44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03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17.증평 증평읍 '청주본가 증평점'

라경란 대표가 흑미 섞인 공깃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충북일보] '청주본가 증평점'을 운영하기 전까지 라경란 대표에게 갈비탕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가 알던 갈비탕은 잔칫집에 갈 때면 냉면그릇에 담아 내주던 평범한 음식에 불과했다. 퉁퉁 불은 당면에 식어가는 고기국물을 담은 한 그릇 음식은 라 대표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우연히 접한 본가의 갈비탕은 새로운 음식이었다. 뜨겁게 달군 뚝배기에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은 깊은 국물은 이전의 것과 달랐다.

마침 10여 년간 운영했던 야식집을 그만두려던 참이었다. 밤낮이 바뀐 체력적 한계를 견뎌내지 못해서다. 딱 맞는 타이밍과 우연한 계기로 증평본가를 시작하게 됐다.

야식집 문을 닫기로 한 날 바로 증평본가 영업을 시작했다. 밤을 새우고 맞은 새로운 하루는 몇 개월간의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나니 부부의 건강한 삶을 회복시켰다.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은 갈비탕은 증평군민들의 입에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큰 규모의 식당이 많지 않던 시절 증평본가의 넓은 홀은 손님들로 가득차 북적였다.

청주본가 증평점의 대표 메뉴 갈비탕.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광우병 파동이 퍼졌다.

사람들의 공포는 생각보다 컸다. 지독하게 힘들었던 몇 달이었다. 빠르게 유통망을 바꾸고 대응했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전에는 손님들을 상대하며 웃는 게 쉽지 않았다는 라 대표는 지금의 미소 가득한 얼굴이 그 시절 완성됐다고 고백했다. 어쩌다 찾아온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면서 몇 달을 보내고 나니 손님들이 다시 가게를 채웠다.

갈비탕 뚝배기 옆의 밥이 윤기를 입은 것도 그 즈음이다. 압력 밥솥으로 바꾸고 주기적으로 밥에 변화를 줬다. 자주 먹어도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라경란·이상일 대표 부부.

어느 날은 흰쌀밥이 나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흑미가, 다른 날은 조가 섞인 밥이 테이블에 오른다.

개업 초기에 일이 있어 가게 문을 닫은 다음날 "갈비탕을 먹으러 왔다 그냥 돌아갔다"는 손님들에게 미안해 지난 13년간 휴일도 없이 가게를 지키는 부부다. 명절을 제외하면 본가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청주에서 유명한 본점이다 보니 지점마다 다른 맛의 이유를 묻는 손님들도 많다. 본점으로부터 공급받는 건 갈비뿐이다. 지점마다 끓여내는 갈비탕의 양이 다르다보니 부재료의 양이 달라져 맛의 차이가 나타난다.

본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끓이면서 깊은 맛을 내려다보니 부재료가 두 배는 더 들어간다. 갈비를 손질하고 끓여내는 작업은 섬세하면서도 체력이 필요해 남편이 전담하고 있다.

부부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잉꼬부부의 영업 비결이다. 연애 때 반했던 남편의 유머가 여전히 재밌어 웃음이 터진다는 라 대표의 취향도 한 몫 하는 듯하다.

지역적 특성상 80% 이상이 단골 손님들로 채워진다는 가게다. 테이블을 채우는 손님들의 사연이 모두 각별한 주인장이다.

조부모를 모시고 오는 손주들이 기특하고, 인근 군부대로 아들을 보내는 가족들의 방문도 언제나 애틋하다.

청주본가 증평점의 정성 가득한 음식에는 주인장의 애정까지 담뿍 담겨있다. 본가에서 손님들이 먹고 가는 건 다만 따뜻한 갈비탕 한그릇은 아닐 듯 하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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