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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5.23 18:00:25
  • 최종수정2017.05.23 18:28:22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03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5. 청주 낭성면 '오소담'

청주 낭성에 위치한 손두부 전문점 오소담. 두부는 매일 아침 손한준 대표가 직접 만든다.

[충북일보=청주] 청주 낭성면에 위치한 오소담의 주 메뉴는 11년째 직접 만드는 두부와 청국장, 그리고 맛있는 밥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변화가 일었다. 쌀을 직접 도정해보기도 하고, 두부에 갖가지 색을 입혀본 적도 있다. 작은 가마솥밥을 시작한 후에는 맥반석을 넣어 밥을 짓고, 올해는 고시히카리 쌀로 변화를 시도했다. 조밥과 콩밥으로 내던 밥은 쌀밥 위에 볶은 쌀눈을 뿌려먹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처럼 손한준 대표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주는 이유는 가게가 갖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손한준 대표의 아내 임종숙 대표가 맥반석이 들어간 가마솥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손 대표는 가마솥밥을 '향수'라고 말했다. 가마솥으로 지은 밥은 밥맛이 좋은 것은 물론 과거 맡았던 밥의 향기와 누룽지를 긁던 추억까지 식탁 위로 가져온다. 오소담의 주 고객층이 중장년층인 것을 보면 향수 힘이 얼마나 짙은가를 알 수 있다.

밥맛 좋은 집에 선정되기 전부터 손 대표의 '밥 사랑'은 각별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은 방금 한 밥을 담아주는가에 달렸을 정도다. 그런 그가 음식점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눌려 담긴 공깃밥을 취급할리 없었다. 가마솥밥을 시작하기 전에도 식사시간 직전 밥을 안치고 주문과 함께 퍼 담았다.

더 맛있는 밥을 고민한 결과는 가정용 정미기였다. 1년쯤 벼를 직접 수매해 가게 앞에서 도정했다. 그의 열정을 위협하는 난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벼는 생산과 동시에 대용량으로 포장되기 때문에 적은 양의 벼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알음알음으로 벼를 구매해온들 제대로 보관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공간을 할애해 가게 앞에서 쌀을 찧으면 거기에서 나오는 소음과 분진도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낭성면에 위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미기 다음은 가마솥이었다. 주문 후 20분이나 걸리는 밥 짓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불평을 늘어놓은 손님은 없었다. 기다릴만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게로 출발하면서 전화하는 예약 손님이 늘었다. 맛있는 가마솥밥이라고 손 놓고 있을 그가 아니었다. 소상공인 컨설팅을 통해 전문가 조언을 들었다. 전문가의 대답은 맥반석이었다. 손 대표도 수십 년간 소주 회사에 몸담으며 효능을 지켜봤던 돌이다. 수질정화와 중금속 탈취 제거 능력에 밥맛까지 살린다는 마성의 돌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엔 밥에 든 돌을 보면 놀라던 손님들도 돌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이야기는 가게 외부에도 준비돼있다. 가게 문을 열면 늘 '오소담 힐링반찬'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들어갈 때 미처 못 본 손님들도 나갈 때는 잠시 머물러 오늘의 식사를 회상하는 장소다. 어떤 재료를 활용한 반찬이 상 위에 올라왔는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고, 먹고 나서 알아도 맛있었던 식사로 기억할만한 아이템이다.

손 대표가 조성한 가게 앞 작은 텃밭. 자주 먹으면서도 몰랐던 나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게 앞 텃밭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혹시 나물 반찬의 정체를 모두 알아챈 사람이라도 실제 식물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소담에서 제공되는 나물들이 특이한 탓도 있지만 익숙한 나물도 자라는 과정은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은 텃밭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주인장의 배려다. 비비추, 쌈채나물, 머위, 노루오줌, 삼잎국화, 울릉도 취나물 등 손 대표가 직접 심은 식물들이 자란다. 여기서 채취해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재료들로 요리하고 있다는 일종의 샘플인 셈이다. 오가는 손님들은 작은 식물원을 견학하듯 텃밭을 거닌다. 오소담의 안팎은 이처럼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는 손 대표의 이야기 주머니가 단골들마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게 하는 것 아닐까.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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