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좋은 집 - 청주 율량동 '소보양본가'

2017.10.17 16:08:18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27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23. 청주 율량동 '소보양본가'

2017년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된 '소보양본가'.

[충북일보] '소보양본가'를 운영 중인 안창준 대표는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보양식에 대한 편견이 늘 아쉬웠다.

사람들이 때마다 찾는 보양식들은 늘 한정된 메뉴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양식은 비슷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맛을 낸 것들이었다.

보양식에 대한 고민은 오랜 기간 운영하던 편의점이 골목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때와 맞물렸다.

편의점 운영의 스트레스는 보양식 메뉴에 대한 깊은 연구로 이어졌다. 몸에 좋으면서도 흔하지 않은 특별한 메뉴여야 했다.

안창준 대표가 청원생명쌀로 지은 공깃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즐기기 시작한 내장탕으로부터 무언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찾은 재료는 '소양'이었다.

소가 가진 4개의 위 중 첫 번째 위를 가리키는 '양'은 흔히 해장국에 섞여 나오는 부산물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양은 비타민과 단백질이 많아 보양식으로 적합했다. 안 대표는 양과 소고기를 이용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로운 소보양탕과 전골이 탄생하기까지 꼬박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캠핑 요리등 취미로 단련된 요리 실력은 메뉴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

지인들의 검증이 이어졌다. 부재료를 수시로 바꿔가며 맛을 완성해갔다.

서비스 업무에 자신 있던 안 대표는 가장 익숙한 동네에 가게를 열었다. 막상 가게를 열고는 손님들이 몰려오는 것이 무서워 별다른 개업식이나 홍보를 하지 않았다.

소보양본가의 전신은 율량해장국이다. 소보양전골과 소보양탕을 전문으로 했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해장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5년이 넘게 운영하다 가게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소보양탕을 찾게 됐을 때쯤 '소보양본가'로 이름을 바꿨다.

소보양본가의 인기메뉴 '소보양탕'.

소와 소양으로 만든 보양식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을 만족시켰다. 아침에는 해장국 대신으로 찾는 손님들이 가게를 채우고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다른 계절은 회식 메뉴로 각광받는다.

보양탕이라는 이름 덕분에 괜히 더 힘이 난다는 손님들도 많다.

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은 단출하다. 소보양탕의 경우 밥과 소보양탕, 양파소스, 김치, 깍두기가 전부다. 그렇다 보니 소보양탕은 물론, 밥이나 깍두기 조차 제역할을 하지못하면 손님들이 단박에 알아차린다.

아삭한 식감과 맛을 위해 매번 깍두기를 직접 담그고 도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청원생명쌀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서비스로 내주는 양수육은 안 대표의 영업 수완이다. 아직은 부산물로 생각했던 양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지불하고 사먹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 내주는 양수육은 거부감이 있던 이들도 선뜻 젓가락을 가져가게 만든다.

그렇게 맛을 본 손님들은 다음에는 소보양탕, 전골에 도전하기도 하고 그 맛에 빠져 단골이 되기도 한다. 안 대표는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된 단골이 꽤나 많다며 웃었다.

소와 소양으로 만든 소보양식의 '본가'라는 '소보양본가'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보양식이 필요한 순간 떠올릴 메뉴가 하나 늘었다. 남들보다 많은 선택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조금더 힘이 나지 않을까.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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