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좋은 집 - 영동 양산면 '오아시스가든'

2017.09.19 11:06:23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27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21. 영동 양산면 '오아시스가든'
[충북일보] 1991년 김만석 대표가 문을 연 '오아시스가든'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기획됐다.

당시 비포장이었던 도로는 정비됐고, 허허벌판이었던 인근은 상가와 주택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오아시스를 연상시킬만한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뒤로는 비봉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은 주차장에 내리는 순간 맑은 공기와 함께 힐링을 선사한다.

가게 주변과 내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시골 오지(?)에서 손님을 사로잡으려면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믿는 아내 영숙씨의 노력 때문이다.

가게 밖으로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다양한 화초들이 즐비하다. 꽃꽂이 사범 자격까지 갖춘 영숙씨의 실력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에 붙은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여 년 전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을 거쳐 특선을 차지하기까지 쉬지 않고 그려낸 영숙씨의 작품들이다. 주로 영동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

그림 같은 풍경과 풍경인 듯한 그림 속에서 즐기는 오아시스가든의 메뉴는 다양하다.

경남 창원에서 시집온 영숙씨가 처음 먹어보고 은은한 수박 향을 느꼈다는 송어회와 향어회가 기본이다. 각종 민물매운탕은 물론 10여 년 전부터 동네 주민들의 성원으로 생겨난 아귀찜까지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

최근 우연히 출연하게 된 방송을 통해 전국구 손님들을 불러 모은 도리뱅뱅과 어죽도 오아시스가든의 대표 메뉴가 됐다. 메뉴가 많다보니 재료를 아끼지 않고 다양한 어종이 들어가는 어죽의 맛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각자 다른 메뉴를 먹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이지만 상차림을 받아보고 느끼는 감동은 비슷하다.

맛이 보장된 주 메뉴뿐 아니라 계절마다 달라지는 특별한 찬들을 눈으로 먼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숙씨가 요리와 그림, 화초 가꾸기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절대 잊지 않는 것은 계절별 작물의 수확시기다.

5월 초 새순이 나는 뽕잎을 거둬 밑반찬을 만들고 찻잎을 만드는가 하면 고추 농사가 끝날 즈음이면 고춧잎을 훑어와 장아찌를 담근다.

방풍나물, 두릅 등 계절별 부부의 활동에 따라 달라지는 장아찌들은 건강을 위해 저염으로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단골손님들의 재료 나눔도 오롯이 건강한 밥상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식사를 마친 후 카운터 앞에서 즐길 수 있는 수가지 종류의 차들도 모두 영숙씨가 직접 채취해 말리거나 덖어 준비해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상차림을 준비하는 부부가 먼 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에게 찬밥을 낼 리 없다. 단체 손님의 경우를 제외하면 주문과 동시에 돌솥밥을 짓는다. 바쁜 주방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하는 불 조절이 관건이다.

후식처럼 제공하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누룽지 튀김도 오아시스가든의 별미라고 한다.

어떤 계절이든 아름다운 금강 변을 달려 오아시스가든을 찾아 간다면 풍경과 향취, 맛과 감동까지 그 순간 영동의 모든 것들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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