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대림식당'은 대표 메뉴가 없다.
해물순두부, 뚝배기불고기, 된장찌개, 김치찌개, 생고기 구이 등 각 메뉴를 찾는 단골손님이 너무 많아서다.
대림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입소문을 통해 알게된 메뉴를 처음 만난다.
그들에게는 지인이 맛있다고 소개한 메뉴가 '대림식당'의 대표 메뉴가 되는 것이다.
한 번 그 음식을 맛봤으면 다음번엔 다른 음식을 먹어볼 만도 한데 대다수의 손님들은 '늘 먹던 것'을 고집한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메뉴의 존재를 몇 년 만에 알고 깜짝 놀라는 이들도 있다.
염대승·김혜경씨 부부는 손님들에게 이런 성향이 나타나는 이유를 "모든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로 정의했다"며 웃었다.
어떤 메뉴든 한 번 먹어보면 그 맛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혜경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편집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고단했던 건 일 자체보다는 익숙지 않은 도시 환경 때문이었다.
잠시 일에서 멀어져 머리를 식히고자 찾아온 고향이었다. 머리가 채 식기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부부가 새롭게 시작한 인생은 대림식당과 함께였다. 고향에서의 새 인생은 가족들과 그 시작을 같이 했다.
40여 년 간 슈퍼를 운영하셨던 아버지는 선뜻 슈퍼 자리를 내어주셨고, 유명 음식점 요리사였던 시동생은 음성까지 내려와 대승씨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했다.
동생에게 혼나면서 배운 요리는 빠르게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
1년쯤 온가족이 순두부만 먹었다. 더 이상 맛있는 순두부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가게를 열자 맛에 대한 자신감과 고향의 이점이 더해졌다.
동네를 지날 때면 목소리도 크게 안낸다는 혜경씨 내외다. 한 지역에 오래 살아온 부모님의 세월만큼 아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차곡차곡 쌓아온 인맥들은 가게를 열자 손님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가게에서 주인과 손님의 관계로 맺어진 새로운 인연들도 늘어 혜경씨 내외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단다.
대림식당의 모든 메뉴는 사골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처음 혜경씨가 주방을 맡으려 했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만류한 건 남편과 시동생이다. 지금은 하루 종일 육수와 고군분투하는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그때 말려준 두 사람에게 고맙다.
가게 시작과 함께한 돌솥밥은 음성 쌀로 짓는다. 아침마다 적당히 불린 쌀과 다시마 육수를 사용한다. 처음엔 밥에도 사골 육수를 사용했지만 손님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탓에 다시마로 바꿨다. 돌솥밥이 선사하는 은은한 향과 윤기는 부부의 은근한 자부심이다.
밥이 완성되는 15분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갓 지은 밥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계절 별로 바뀌는 나물 반찬은 혜경씨의 아버지가 책임진다. 손님들을 위해 산으로 들로 나물을 채취하러 다니는 게 즐겁기만 하다는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의 즐거움은 제철 나물을 만나는 손님들의 기쁨이 된다. 아버지와 손님들의 마음이 딸 내외의 행복이 아닐 리 없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