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어지러운 서울살이에 지칠 때마다 생각난 건 고향의 친구들과 고향 풍경이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태어난 곳에 집을 지었다. 지친 몸을 추스르고 나니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2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솜씨를 그냥 두기 아까워 시작한 식당이다.
고향 친구의 의견을 반영해 꿈에 그리던 '갱치'를 식당 이름으로 사용했다.
이전에는 일식전문점을 운영했지만 도로와 인접한 가게 특성을 고려해 간단한 국밥류를 생각해냈다.
식탁 위 단출하게 올라오는 곰탕 한 그릇이지만 그 정성은 간단치 않다.
가게 밖 가마솥에서 정성으로 고아내는 곰탕은 꾸지뽕 나무와 뿌리를 적정량 넣어 잡내를 없앤다. 풍미를 살리면서도 고기 맛을 해치지 않을 적당한 양이 중요하다.
수육을 찍어먹는 간장 또한 직접 담근 산초 효소를 이용해 건강과 맛을 챙겼다.
비교적 간소한 반찬 또한 송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괴산절임배추를 이용한 김치와 직접 키운 무로 담근 깍두기, 계절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내는 장아찌도 별미다.
남편과 함께 재미삼아 가꾸는 텃밭이 갱치식당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진다.
손님들도 밥상 위의 건강을 고스란히 느낀다. 음식이 화려하지 않아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식후에도 편안하다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다.
식사를 마친 뒤 장아찌나 김치를 구매하고 싶다는 손님들은 물론, 멀리서 택배 요청 전화까지 오곤 한다.
한 눈에도 깨끗해 보이는 오픈형 주방을 포함해 냉장고와 테이블까지 눈에 띄게 깔끔하다.
송 대표는 본인의 집은 이렇게 치우지 못한다며 마시던 물 컵이 놓인 자리를 행주로 훔쳤다.
손님들에게 내는 물수건조차 삶아서 햇볕에 말려 생수에 적셔 내던 송 대표다.
지난 2015년 밥맛 좋은 집에 선정된 괴산 갱치식당 전경.
비싼 물수건을 사서 정성들여 삶고 관리했지만 가져가는 손님들이 많아 차선책으로 바꿨다.
지금 사용하는 물수건도 두툼하고 깨끗해 보통 일회용보다 비싼 단가 대신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갱치식당 내부는 시선이 가는 곳마다 정리되지 않는 곳이 없다.
밥에 신경을 덜 쓸리 없다. 밥맛 좋은 집에 선정되기 전보다 선정 이후 밥에 대한 고민이 더 깊다.
갓 지은 밥의 맛을 알기에 식사 때마다 밥을 하는 양은 줄고 횟수는 늘어났다.
지인이 있는 인근 양곡 상회에도 쌀에 대한 신용을 단단히 부탁 해뒀다는 송 대표다.
차지면서도 국밥과 어울리는 낱알을 만들기 위해 불리는 시간과 뜸 들이는 시간까지 엄격해야 한다. 몇 번을 해도 할 때마다 조마조마한 것이 밥 짓기란다.
갱치식당은 지역 손님들도 많지만 괴산에 오면 꼭 들른다는 전국 곳곳의 손님들이 더 많다.
얼마 전 시작한 녹두삼계탕도 엄나무와 가시오가피, 꾸지뽕 나무 등이 들어간다.
아는 손님들은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미리 전화만 하면 버섯전골이든 닭볶음탕이든 뚝딱 만들어주는 송 대표의 솜씨에 여지없이 만족하고 돌아간다.
음식의 맛을 살리되 재료간 궁합과 건강까지 고려하는 것이 그녀의 요리 방법이다.
그런 주인의 마음을 손님들이 몰라줄 리 없다. 갱치를 지나다 우연히 들러 곰탕 한 그릇을 먹은 이들도 갱치식당을 잊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