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좋은 집 - 청주 내수읍 '이석 가마솥 추어탕'

2017.07.11 15:57:06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03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12. 청주 내수읍 '이석가마솥추어탕'

가마솥에 푹 끓여낸 추어탕은 사계절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충북일보] 청주 내수읍 세교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석가마솥추어탕'은 부모님과 금지옥엽 외동딸이 꿈꾸던 전원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은퇴 후 삶을 고민하던 아버지에게 아내와 딸의 음식 솜씨는 든든한 밑천이었다. '장금이'가 집에 둘이나 있었다.

제일 좋아하던 추어탕을 점찍었다. 가마솥에 시래기와 미꾸라지를 푹 고아 뚝배기에 옮겨 끓여주는 방식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 보양식으로 손색없었다.

양연숙 대표가 압력밥솥에 지어 옮겨담은 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버지의 설계대로 대기업 비서직을 그만두고 전국의 맛집을 돌며 자신의 손맛과 비교해 본 양연숙 대표는 가족의 미래를 확신했다.

아버지 퇴직 전 딸과 어머니가 먼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연고가 전혀 없는 도시에 우연히 마련한 전원주택이었다.

조용한 시골 풍경이 좋았지만 밤이면 도시 생각이 났다. 모녀가 서로 의지해 시골 생활에 적응해가며 추어탕 전문점을 시작했다.

장소가 외진데다 변변한 홍보도 안한 탓에 힘든 시간이었다.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동네 분위기도 어렵기만 했다.

밝은 모녀의 에너지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매번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고 손님을 귀하게 대접했다. 2년쯤 지나자 빨리 오지 않으면 자리가 없는 집이 됐다.

양연숙 대표의 깔끔한 성격은 식당에서 빛을 발했다. 7천 원짜리 추어탕을 한 그릇 먹어도 정갈한 한상을 받아야 대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숟가락은 물론 반찬 하나 담는 것도 양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꼭 자신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6년이 지난 지금도 가게 안은 막 개업한 것 같이 깨끗하다.

워낙 깨끗한 내부 때문에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 손님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농사일을 하다가 찾아온 손님들은 미안하다며 장화를 벗는다. 말려도 듣지 않는 손님들을 위해 입구에 슬리퍼도 비치해뒀다.

밥도 예사롭지 않다. 갓 도정한 초정약수쌀을 이용해 압력밥솥에 짓는다. 11시부터 3시까지만 영업하는 덕에 밥이 그릇에 머무를 시간도 길지 않다.

추어탕과 새싹비빔밥 한상. 반찬들도 그릇 한가운데 소복하게 담아내는 양 대표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오면 압력밥솥에 계속해서 밥을 한다. 배가 불러 밥을 남길 때면 밥이 아깝다며 비닐에 싸달라는 손님들도 있다.

추어탕을 담는 뚝배기도 특별하다. 건강에 유독 관심이 많은 가족이다. 아버지가 잠시 투병생활을 했던 탓이다. 가족이 먹을 수 없는 것들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

얼핏 봐도 여린 손목으로 가벼운 멜라민 뚝배기가 아닌 질뚝배기를 고집하는 이유도 혹시 모를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아서다.

세척도 남다르다. 뚝배기를 세제로 씻으면 세제가 배어나올 수 있어 베이킹소다와 뜨거운 물만을 사용한다. 손님이 많아질수록 영업시간보다 뒤처리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관절이 아파오는 어머니가 슬쩍 가벼운 뚝배기를 추천해도 "내가 하겠다"는 고집스러운 딸이다.

추어탕을 못 먹는 동행 손님들을 위해 고심한 메뉴도 이름부터 건강한 새싹비빔밥이다. 정갈한 모양과 깔끔한 맛으로 손님들을 사로잡았다.

가족 중 제일 예쁜 이름으로 투표를 거쳐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이석가마솥추어탕'이다. 아버지의 이름이지만 가족의 이름이기도 하다. 온 가족의 정성이 담뿍 담긴 추어탕이 궁금하다면 서둘러야한다. 그 맛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네 시간뿐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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