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더욱 뜨겁게 사는 사람들

2009.07.22 16:38:23

42년째 대장장이의 길을 걷고 있는 최용진 씨가 최근 증평군의 문화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자신의 농기구 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쉬익 쉬이익"

풀무질이 시작되자 불길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인다.

잠시 후 집게로 꺼내진 낫은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으나 대장장이의 손에 들려진 망치에 의해 이내 제 모습을 찾아간다.

우리나라 최초로 기능장을 획득한 최용진(62·증평군 증평읍) 씨는 삼복더위에도 일손을 놓지 않고 불과 쇠를 다루며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해 가정경제가 막연해졌던 16살 때, 대장간일을 배우면 먹고 살 수는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솔깃해 대장간에서 심부름을 하며 시작된 최 씨의 대장장이의 길은 그렇게 42년의 세월을 보냈다.

20살 때부터 충주에서 매형이 운영하는 대장간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한 최씨는 풀무에서 뿜어 나오는 불길만큼 큰 열정으로 각고의 노력을 더해왔다.

산업화로 인해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의 대장간이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최씨의 대장간은 오히려 항상 일손이 부족해 제때 납품하는데 어려움을 겪기까지 했다.

낫과 호미 등 농기구는 물론 창, 칼 등 전통무기류와 식도, 과도 등 각종 생활도구 등을 제작 판매하는 최 씨의 증평대장간에는 수천개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또 최 씨가 만든 전통무기류는 영화제작소는 물론 드라마 '성웅 이순신'과 다큐멘터리 '신기전' 등에 사용되기도 했다.

지난 1996년부터 5년간 청원군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대장간 시연과 판매를 했던 최 씨는 "그 당시 물건을 샀던 손님들이 이제는 대장간으로 찾아온다"며 "일이 재미있고 손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대장간에서 만드는 물건들이 아이디어상품으로 특화되고 전국 각지에서 문화행사에 초대하는 등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최 씨는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기능장을 전수받아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씨는 한여름 더위 속에서 일하면서도 "일 앞에 서는 자체가 즐겁고 땀을 흘리면서 오히려 더위를 잊는다"며 일하면서 느끼는 이열치열의 즐거움을 알렸다.

최근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는 풍조에 대해 최씨는 "요즘 3D 업종이다 뭐다 해서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적은 수입이라도 크게 생각하고 만족하면 일이 보람있고 힘이 덜 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맡은 일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힘으로 대장간 일을 계속하고 있는 최씨는 "힘이 닿는데 까지는 일손을 놓지 않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맏딸 영민(35·충북도청 법무담당관실), 맏아들 재희(32·증평군청 행정과), 재현(30·회사원) 등 3남매를 훌륭히 키워낸 최 씨는 "공무원 생활하는 자식보다는 내가 잘 번다"며 한바탕 웃음으로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었다.

증평/김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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