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이 불면 만물이 소생한다'라는 말이 있다. 봄은 그만큼 생명력 넘치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어느덧 겨울을 지나 3월도 절반을 넘어선 지금, 우리는 푸른 하늘 아래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봄나들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오는 변동성이 심한 날씨에 예전처럼 온화하고 평화로운 봄을 온전히 즐기기가 쉽지 않아졌다.
2021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봄의 시작일이 과거보다 17일이나 앞당겨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 꽃가루가 퍼지는 시기도 빨라지며, 특히 2m/s의 바람이 부는 봄날에는 꽃가루로 인해 가려움, 재채기, 비염 등으로 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봄철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한파이다. 들쑥날쑥한 기온 변화 탓에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꽃이 피었다가 예상치 못한 추위에 얼어버리면,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농작물 수확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봄철의 극심한 기온 변화는 그해 작황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농업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로,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중대하고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입춘을 맞이하며 마냥 설레던 시절은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우리의 소중한 일상과 계절의 변화가 주는 소소한 기쁨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기상청은 국민이 변화하는 날씨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간별 체감온도는 물론, 대기정체지수, 꽃가루농도위험지수, 자외선지수 같은 생활기상지수를 통해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날씨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도 안전하고 쾌적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봄을 맞이하는 방식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 봄나들이 계획과 함께 작년과 개화 시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등도 살펴보며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온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기후행동 실천 역시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고 물건을 재활용하는 등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상청도 기후변화 대응의 선봉에 서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모두의 노력이 모여, 온화하고 아름다운 봄이 추억이나 기록 속에만 머물지 않고 먼 미래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