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영동군에 거주하는 양문규 시인이 여행에세이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하여라'(詩와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지인·가족과 국내외를 여행하며 체득한 개인 삶의 모습부터 지역의 역사·문화·자연 풍광을 가슴에 담고 사는 시인의 모습까지 다양한 사색을 담았다.
양 시인은 "어느 지역을 갈 때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이 그곳에 있다면 여행의 기쁨은 배가 된다"라고 했다.
영월 만경대산의 유승도 시인, 강화도 함민복 시인, 악양의 이원규 시인 등을 만난 모습도 책을 통해 눈에 들어온다.
"성님도, 강화도 들어왔으면 바로 연락주시야지"(말랑말랑한 시를 찾아서), "그는 여기서도 '오토바이 시인'으로 통했습니다. 마을 회관 앞에 주차하고 돌담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주인은 출타 중이고, 개 세 마리가 반갑게 맞아준다"(얼씨구, 지화자, 좋다)
양 시인은 이처럼 가는 곳마다 그리운 이름을 불러내고 있다. 그들과 추억, 삶의 에피소드가 책 속에 잔잔하고 운치 있게 그려졌다.
양 시인의 가족 사랑은 이 여행 에세이에서도 어김없이 발현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에 관한 애정은 뭉클하다.
어제도 오늘같이 오늘도 내일 같이, 수만 리 장천 푸르고 푸르게, 언제나 큰 나무처럼 자식을 사랑(「천황사 전나무」)하는 아버지와 외출하거나 외유할 때 "어디를 가냐, 자고 오냐"라고 꼭 묻는 '엄니'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양 시인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양식으로 길을 가고 있다. 한때 탁발승을 꿈꿨다고도 한다. 그것이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참삶이라 여겨서다.
그는 네팔 여행에서 "마니차를 돌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내 몸속에서 마치 옴마니 반메옴, 달이 든다, 달이 구르는 것처럼", "여행의 모든 길이 지혜의 바다로 나아가는 공부가 되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분명한 것은 여행을 통해 모든 걸 내려놓아야 충만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다시 배울 수 있었다"(「지혜의 바다로 가는 자여」)라고 전했다.
이 여행 에세이는 가는 곳마다 신선하고 따듯한 시선을 품는다. 음식, 문화, 자연, 삶의 풍경 등을 진솔하게 읽어내 그야말로 양 시인이 즐겨 말하는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하여라' '여여생생'한 책이다.
양 시인은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시집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등을 비롯해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 다수가 있다. 현재 영동 문학관장과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영동 / 김기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