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나라를 사랑할까

2009.06.09 18:41:49

지난 6일은 54번째 현충일이었다.

많은 순국선열들의 유족들은 이날 나라를 위해 산화 헌신하신 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보고 싶은 부모형제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조기(弔旗)를 내걸고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선열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뜻을 마음으로 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현충일을 맞아 온 국민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초개처럼 버린 순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뜻을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현충일 행사장에 참석하는 초중고교생들의 한심한 태도를 보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어 안타깝다.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는 현충일 행사도중 불러야 하는 애국가와 현충일 노래 제창을 위해 교육청이나 인근 학교에 요청해 학생들을 참석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애국가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는 물론 심지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할 때도 옆에 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매년 현충일 행사를 취재하러 갈 때마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는데 때로는 이들의 한심한 모습을 촬영하곤 한다.

그러면 곧바로 학생들을 인솔하고 오신 선생님께서 "누구신데 사진을 찍으십니까·"라며 굳은 표정으로 항의를 한다.

신분을 밝히고 학생들의 예의없는 행동을 지적하면 그 선생님들은 고개를 학생들 쪽으로 돌리고 "조용히 하지 못해·"라며 야단을 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어찌보면 학생들이나 선생님을 탓하기 이전에 가정에서 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가장(家長)들의 반성이 우선 뒤따라야 할 것이다.

때때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했을 때 아이들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야단치는 부모를 보면 '이런 무식한 부모를 봤나. 혼내려면 집에 가서 혼낼 일이지 왜 하필 여기서 혼내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기자에게 지적을 당하자 곧바로 학생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선생님들의 태도는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

직업의 특성상 많은 행사장을 다니게 되는데 모기만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는 기성세대를 보면서, 현충일에 조기를 달지 않은 관공서의 태극기를 보면서, 자율적으로 현충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상반신이 노출될 만큼의 음란영업을 일삼는 나이트 클럽의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라를 사랑할까·'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쟁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만일 전쟁이 난다면 우리 국민 중 몇 %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앞선다.

육군사관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어느 설문조사에서 60%가 넘는 생도들이 6.25전쟁을 북침전쟁으로 알고 있다는 뉴스는 기성세대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대목이지만 우리는 과연 후세들에게 불행했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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