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믿음에 대하여

2024.06.27 18:39:37

믿음에 대하여
        오선 이민숙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았던가
꽃이 피는 것을 보았던가
보이지 않아도 자라고 피었다

온다는 소식도 없고
간다는 말은 없어도
오고 가는 마음 길 천리를 걸었다

비꽃이 없어도 안개비는
어느 순간 옷을 흠뻑 적셨고
축축한 빨래는 저 혼자 바싹 말랐다

눈빛만으로 말이 되고
말 없는 미소만으로 알아듣고
닫지 않은 가슴이라도 느낀다

외진 곳에 피어도
향기로 말하는 꽃잎에
눈물을 보이지 않는 나비는

보이는 않고 잡히지 않아도
상투적인 화려한 말보다
진심이 담긴 우수에 찬 눈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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