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세종시교육청이 학교현장에 보낸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이 논란이다.
세종교사노동조합은 최근 조합원으로부터 학교 현장체험학습 차량 안전점검표와 관련된 제보를 받았다며 지난 28일 일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세종교사노조에 따르면 세종시교육청은 학생인솔과 안전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사에게 현장체험학습 출발 전 교사들이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차량점검을 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문제의 현장체험학습 차량 안전점검표는 세종교사노조의 수정요구로 일부 변경됐지만 인솔교사가 운전자의 음주여부를 확인해야하는 내용 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세종교사노조가 공개한 교육청 수정 전 인솔교사의 차량 안전점검 항목 중에는 '운전자의 운전자격 요건·음주여부'를 비롯해 '차량 앞 타이어 재생타이어 사용여부'와 '타이어 마모·균열상태', '차량 불법구조변경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운전자에게 '내리막길에서 저단기어를 사용하고, 브레이크를 연속적으로 밟지 않도록 교육'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세종교사노조는 조합원 제보 후 즉각 세종시교육청 담당부서에 현장체험학습 차량 안전점검표 수정을 요구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인솔교사의 역할을 현장체험학습 차량에 오르기 전 운전자 음주여부 확인, 승차 후 출발 때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 안내방송 실시여부, 운행 중 급출발·급제동 금지 등 안전운행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바꿨다.
세종교사노조는 "교사 1명이 최소 20명의 학생을 인솔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것도 모자라 인솔교사에게 운전자 음주측정, 차량 안전점검까지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인솔교사의 안전을 위한 법적제도 마련과 환경개선이 우선인데도 여전히 교사에게만 무한책임의 굴레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교사노조는 교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만 내용도 소개했다. 교사들은 차량 안전점검표 관련 게시판에 "내 타이어 상태도 모르는데 현장체험학습 차량 타이어 마모를 어떻게 아나·", "1박 2일 수학여행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근 경찰서에 운전자 음주측정을 요청했더니 경찰이 협조 안 해주더라. 내가 하려고 하니 운전기사가 자기를 범죄자 취급한다며 욕을 했다"는 등 체험학습 학생인솔·안전교육과 무관한 업무를 맡으며 겪은 고충을 드러냈다.
세종교사노조는 "음주측정이나 차량안전 점검과 같은 교사의 업무가 아닌 부분에 대해 협조를 구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 안전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먼저 협조하길 바란다"며 "현장체험학습 운영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부터 마련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교육청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세종 / 이종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