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春), 생명을 생각하다

2024.04.16 14:06:23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활짝 만개한 벚꽃은 다시 봄이 우리에게 찾아왔음을 알린다. 요즘 TV와 라디오 그리고 SNS 등을 가장 많이 장식하는 것도 바로 벚꽃이다. 벚꽃으로 유명한 전국 명소에서는 일찌감치 벚꽃 축제를 위해 3월부터 개화 시기를 염두에 두고 여러 준비에 몰두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벚꽃 개화 시기를 맞추기 힘들어지다 보니 근래에는 벚꽃 축제와 개화 시기가 맞물리지 않아 축제가 예상만큼 흥행하지 못한 곳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벚꽃은 매해 우리에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 전 우연히 기사를 읽다가 '유채꽃'이 기후 변화로 전혀 개화하지 못해 관련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벚꽃보다 먼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게 바로 유채꽃이다. 육지가 여전히 추운 겨울 날씨에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쯤 제주도에서 유채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우리는 봄이 지척에 왔음을 느끼며 봄꽃들이 만개할 육지의 새로운 봄을 기대하곤 한다.

기후 변화로 봄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어떤 꽃들은 아예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는 요즘에는 봄꽃들의 모습에 새삼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진달래와 개나리꽃, 목련꽃, 산수유꽃, 벚꽃 등 우리가 비교적 잘 아는 대표적인 꽃뿐만 아니라 흔히 접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민들레꽃, 제비꽃 등의 각종 이름 모를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봄꽃들이 수놓아 주는 풍경을 다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어쩌면 올해 내가 보는 이 꽃을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짧은 이 계절 동안 우리에게 찾아오는 다양한 꽃들이 더욱 고맙고 대견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사실 봄꽃들은 자연이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여 주는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과 물과 공기, 바람 그리고 벌과 새, 다람쥐 등 자연의 다양한 무생물과 생물들이 모두 제 임무를 다하고 합심하여 만들어낸 총체적 창작물이 바로 우리가 만나는 봄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연의 생명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어딘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봄꽃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기후 변화가 자연 생태계의 교란과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예언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재앙의 시나리오가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일상에서 자연 생태계의 교란이 가져오는 결과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 한국의 급격한 기후 변화는 현재 사과를 비롯한 각종 농산물 가격의 급등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늦은 봄에는 과수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사과꽃과 복숭아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올해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자연이 살아 있다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인 봄꽃의 만개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는 중요한 현상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 있음을 뽐내던 자연의 꽃들이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 계절 잠시 만나는 봄꽃이 한없이 소중하고 아쉬운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