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2024년 4월 16일, 세월호 10주기다. 다시 돌아온 열 번째 봄이다.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날이다.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그날의 진실이 거친 바다울음으로 다가온다.
*** 세월호 참사 10주기
아프고 또 슬프다. 시간이 꽤 흘렀다. 산수유와 개나리가 지고, 벚꽃까지 떨어졌다. 겨울 지나고 봄이 구나 했는데, 벌써 4월 중순이다. 세월호를 떠올린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생각한다. 상처는 아물고 새살은 돋는다. 그러나 여전히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란 세 글자가 기억의 한 공간을 차지한다. 거기선 스러져간 생명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금도 상처받는 유족들의 아픔을 본다. 생존자들의 고통이 이어진다.
10년쯤 되면 조금은 달라질 걸로 생각했다. 갈등과 혐오도 과거 일이 되겠지 싶었다. 안전 사회에 대한 국가적 합의도 있을 줄로 믿었다. 아니었다. 10년이 현실로 다가왔다. 막연한 기대였다. 침묵과 부재, 변명만 난무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존립 근거를 뒤흔든 사건이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참사의 진상은 어디까지 밝혀졌는가.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 따스한 봄날 속절없이 사라져간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동안 조사위원회, 특검, 검찰 특별수사단이 각종 의혹을 살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한민국 여기저기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이태원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정부는 언제나 위기 앞에 무능하고 무기력했다. 159명의 인명이 또 이태원 거리에서 짓눌린 채 숨져갔다. 부실 대응이 화를 키우는 일도 되풀이됐다. 장마철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두고두고 아쉽다.
참사가 미친 영향은 뭔가. 인재형 참사의 원인은 잊기 때문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예방 노력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다. 신속한 현장 대응은 '골든타임'을 가른다. 그런 점에서 오송 참사는 최악의 재난이다. 반성해야 한다. 안전 불감증은 자주 거론되는 사고 원인이다. 불법과 편법임에도 '괜찮겠지'라며 지나쳐 대형 참사로 이어지곤 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서다. 국가가 사고 원인을 외면하면 국민 전체가 위험해 진다. 한걸음 더 다가서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꽃잎 하나 피고 지는데도 우주의 진리가 깃든다. 하물며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느닷없이 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 이제 진실을 인양할 때
봄꽃 떨어지고 새순이 돋는다. 봄의 걸음걸이가 점점 빨라진다. 파죽지세로 북상한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지고 새 꽃이 핀다. 움츠렸던 생명들이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바닥에선 물 오른 쑥이 제 세상을 누린다. 새로운 푸른 날이 봄으로 온다. 늙은 소나무가 묵은 시간을 관조한다. 물끄러미 앞일을 예측한다. 낙화는 흐르는 물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유수는 떨어진 꽃과 함께 흘러가려 한다.
사람의 마음이 자연의 이치를 닮는다. 낙화를 밟는 이들의 마음이 애절하다. 세월호 참사는 기념의 대상이 아니다. 애도의 장이다.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망각이 인재형 사고를 끊이지 않게 한다. 지난해 일어난 오송 참사와 10년 전 세월호 참사는 같은 연장선에 있다. 세월호가 그저 정치의 언어로 끝나선 안 된다. 이제는 세월호의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 벌써 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