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공천, 공약과 심판

2024.02.26 17:44:23

[충북일보] 4·10총선 40여 일 앞이다. 여야 총선 대진표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야 공천은 이어지고 있다. 불공정 논란은 참 볼썽사납다.

*** 공약의 진실함이 울림을 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명과 비명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갈등과 내분이 위험수위다.·국민의힘은 '감동 없는 공천'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상대 당에 대한 공천평가에도 날이 서려 있다. 한편에선 양당 모두 위성정당 만들기에 바쁘다. 생뚱맞다.

총선은 지난 4년간 여야에 대한 실적 평가다. 아니 심판이다. 주로 여당이 심판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은 좀 다르다. 여당이 야당 심판론으로 맞선다. 민주당은 현 정권을 '무능정권'이라며 공격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역공한다. 뭔가 여야 상황이 뒤집힌 듯하다. 아이러니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내부 권력투쟁 탓이다. 이른바 공천 전쟁이 만든 결과다. 과거에도 공천 소용돌이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공천학살과 사천파동이 있었다. 그래도 여야가 할 일은 했다.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토론도 활발했다. 그런데 지금 여야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공천에만 매몰돼 있다.

총선이 정치인들의 4년 보장 직장을 구하는 구직장이 돼선 곤란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위기로 진단한다. 모든 분야에서 된 소리와 쓴 소리를 쏟아낸다. 하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내부 공천 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밖의 사정을 알 수가 없다. 국민을 헤아리지 못하고 헛소리만 하는 이유다.

선거는 인물, 구도, 바람 3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 구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권심판론'이나 '86퇴진론'은 대표적 선거 프레임이다.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면 바람까지 분다. 인물이나 정책도 집어삼켜 버린다. 유능한 후보들이 지역 맞춤형 공약과 정책을 들고 나와도 허사다.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은 엄연히 다르다. 당연하다. 프레임의 힘이 약하다. 대신 지역 현안 해결 능력이 중시된다. 유권자들이 좀 더 철저하게 지역 현안을 해결할 인물을 원한다. 선거 구도나 바람에 의존하는 후보를 배제한다. 현안과 정책에 진심인 후보가 누군지 찾는다. 울림을 줄 진짜 일꾼인지 관찰하고 있다.

감동의 기본 조건은 진심이다. 공약의 진실성이다. 진심이 서로 맞닿을 땐 떨린다. 그리고 공명한다. 울림이 없는 자는 기본적으로 지배하려는 자다. 정의, 역사, 국민, 민주주의 등을 떠들어댄다. 여의치 않으면 떨림 없는 사람들끼리 연합도 한다. 구태적인 합종연횡이다. 하지만 진실함이 없어 곧 헤어지곤 한다.

*** 공약에 진심인 후보 찾아내야

아침과 저녁으로 다른 게 민심이다.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오만과 폭주는 민심을 잃는 지름길이다. 정치권이 권력에 취하면 죽어나는 건 국민이다. 21대 국회는 여소야대 구조였다. 대화가 없었다. 물론 침묵한 건 아니다. 모든 게 일방적이었을 뿐이다. 소통이 부족했다. 21대 국회는 정치의 본질이 사라진 공간이었다.

이제 평가와 심판의 시간이다. 유권자가 평가와 심판을 맡는다. 곧이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누가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따져봐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다시 경제·사회적 봄을 맞을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심한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육안으로 응시해 심안으로 해석하는 유권자의 혜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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