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정재수 기념사업

2023.01.24 15:31:54

[충북일보] 1974년 1월 22일 한 소년이 눈보라 치는 산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소년은 캄캄한 밤에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울부짖었다. 얼어붙고 있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웃옷을 벗어 덮어줬지만 소용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체온이라도 전달해 살려보려고 했지만 끝내 아버지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 옆에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효자 고(故) 정재수 군의 이 실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효의 본보기'로 알려졌다. 전국에 동상이 세워져 한때 추모의 물결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고, 그의 효행이 잊히고 있다. 효 의식이 갈수록 옅어지는 세태와 그의 효행을 기리고 효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주변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효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제일의 도덕규범이다. 특히 한국에선 도덕적 근거에 더해 성문법까지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효를 장려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전통 문화유산이자, 지역과 국가 발전의 바탕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지금까지 '효자 정재수'를 기리는 사업은 미흡했다. 효행을 장려해 인간다운 사회를 구현하자고 법을 제정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효의 본보기인 정재수 기념사업을 외면했다.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지자체와 사회단체가 '효자 정재수 기념사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먼저 찾는 이 없는 산골짝의 외로운 묘지를 단장하고, 해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어 만고의 진리인 효 정신을 알려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효행 하는 숨은 효자를 찾아 포상하는 '정재수 효행상'도 필요하다. 또 그의 효 정신을 본보기로 정성을 다해 부모를 섬기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재수 효 글짓기 대회'는 어떨까.

큰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고, 어렵지 않은 사업이다. 이 사회를 더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으로 만들려는 관심과 의지가 모이면 가능하다. 참고로 내년은 그가 죽은 지 50년, 살아 있으면 환갑을 맞이하는 해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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