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의 덕장을 기대해 본다

2009.04.06 18:12:04

박기륜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예고 없는 잠행(潛行)성 행보에 나섰다.

지난 2일 밤 청주시내 지구대를 사전예고 없이 잇따라 방문한 것이다.

박 청장은 이날 밤 9시부터 11시까지 청주상당경찰서 사천지구대와 청주흥덕경찰서 강서지구대를 '깜짝 방문' 했다.

지구대 직원들과 방범대원들의 사기를 복 돋아주고 격려하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박 청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강·절도 사건의 예방을 위해 노력해달라며 금일봉까지 전달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암행 순시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확립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점도 엿볼 수 있다.

충북경찰의 수장이 늦은 밤 최일선 현장을 직접 찾아 피로에 지친 부하직원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덕장(德將)임은 틀림없다.

부하들의 고충을 헤아리고, 그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덕장이 갖춰야 할 기본이라는 생각에서다.

박 청장의 암행순시가 민생치안·근무기강 확립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관들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덕장의 순수한 마음을 모를 리 만무하지만 역대 청장들이 남기고 간 전례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춘성 전 청장은 재직 중이던 지난해 4월 사전예고 없이 수행비서만을 대동한 채 충주서와 음성서 지구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전 청장도 범죄분위기 제압차원에서 목 검문을 실시하는 야간 근무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금일봉까지 준비했다.

그는 시내를 돌며 경찰의 검문활동을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자 지구대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직원들은 근무를 마치고 족발 등 야식을 먹고 있었다.

이를 본 이 전 청장의 인상은 굳어졌고, 격려금도 주지 않은 채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임인 박종환 전 청장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같은 해 2월 청주흥덕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음주운전단속을 벌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려 순찰차에 타고 있었다.

이 모습은 마침 사복차림으로 이곳을 지나던 박 전 청장에게 목격됐다. 끝내 이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근무태만으로 '견책' 처분된 데다 경위근속승진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후 일선 지구대에서는 '혹시'하는 마음에 지구대장들이 퇴근도 반납한 채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기륜 청장이 부임한 지 40여일이 지났다. 그가 보여 준 지구대 깜짝 방문이 직원들에게는 '약'인지 '독'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전임 청장들이 보여준 감찰에 가까운 '암행성 행보'가 아닌 직원들의 애로사항 파악과 개선을 목적으로 한 순수한 '잠행성 행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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