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핵의학 영상이 여는 정밀의료의 시대

2022.03.10 15:00:13

문한솔

충북대학교병원 핵의학과 전문의

지난 수 세기 동안 질병의 진단과 치료의 화두는 '표준화', 즉 같은 질병의 환자를 같은 방법으로 진료하는 것이었다. 같은 병에 걸린 환자들의 공통적 특성을 찾아서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통계적으로 입증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진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표준화된 진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저 사람과 내가 다른 사람인데 같은 방식으로 진료를 진행해도 되는가· 나한테 맞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정밀 의료는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구호다. 환자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여 가장 최적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좀 더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판단하고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하려는 의학 연구자들의 바람이 담긴 것이다. 이러한 정밀 의료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질병의 생리적 특성을 시각화하는 기능적 핵의학 영상을 꼽을 수 있다.

PET/CT(펫 시티)라는 검사는 대표적인 기능적 핵의학 영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PET/CT는 진단용 약물에 특별한 방사선을 내서 환자에게 주사한 후 몸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영상화하는 기술의 이름인데, 진단용 약물을 무엇으로 바꾸는지에 따라 PET/CT를 통해 FDG PET/CT, FP-CIT PET/CT(파킨슨병 검사), F-DOPA PET/CT(뇌종양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가능하다. 예컨대 암 환자가 주로 찍는 FDG PET/CT는 포도당과 비슷한 약을 몸에 주사해서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통해 전이의 가능성을 판단한다. 정상 세포에 비해 포도당 섭취가 많은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하여 포도당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방사성 의약품을 주입해 관찰함으로써 암세포가 어디까지 퍼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치매(알츠하이머병)에서도 비슷한 원리의 검사가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에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병적으로 쌓여 있으므로, 이 단백질에 잘 달라붙는 약물에 방사성물질을 붙여서 PET/CT로 촬영하면 얼마나 쌓여 있는지 손쉽게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최신 PET/CT는 좀 더 세밀한 촬영과 보정을 통해 작은 병변이나 움직임으로 가려진 병변 역시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섭취량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핵의학 영상은 약물의 종류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이미 승인된 검사만 40여 가지에 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검사가 개발되고 있다. 약물만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뼈세포에 잘 섭취되는 약을 주사해서 뼈의 전이나 골절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뼈 스캔은 이미 그 역사가 백 년이 다 되어가지만, 최근에는 3차원 적으로 영상을 재구성하고 눈으로 잘 보기 힘든 작은 부위까지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SPECT/CT(스펙트 시티)라는 검사법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 검사법을 통해 수십 년간 핵의학과에서 해오던 검사들이 정밀한 기능적 영상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이 검사들은 신체 전체에 영향을 주기에는 너무나 적은 양을 주사하여도 충분히 영상을 얻을 수 있어서 약물과 방사선으로부터의 환자의 안전성 역시 담보된다.

핵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새로운 검사법이 탄생하고 환자의 다양한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검사들이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기에는 최신 기계의 도입 문제 등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신기술 도입이 이뤄지면서 전국에서 최신 핵의학 검사의 시행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자가 본인에게 최적화된 진료를 받는 시대가 이미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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