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도박판 '인형뽑기'

항공권·양주 등 고가 경품제공… 청소년 탈선 우려

2009.03.09 19:05:15

택시기사 이모(43)씨는 근무를 하다가도 저녁을 먹기 위해 일부러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으로 이동한다. 최근 용암동 유흥가에 설치된 크레인게임기에서 경품으로 제공되는 제주도항공권을 뽑기 위해서다. 이씨는 "하루에 평균 1만원씩은 쓴다"며 "얼마 전 제주도항공권을 뽑아 친구에게 팔았다"고 자랑했다.

청주 모 고교 2학년 김모군도 귀갓길에 매일같이 '인형뽑기' 게임을 한다. 1회에 500원을 투입해야 하는 게임기에서 김군이 쓰는 돈은 하루 평균 3천원.

운이 좋아 뽑은 담배나 고급양주 등을 주위친구들에게 되팔다보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한다.

김군은 "일주일에 게임비용으로 2만원 정도 쓰는데 양주나 라이터를 뽑아 친구들에게 팔면 1만원정도의 돈을 번다"고 말했다.

8일 오전 11시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상업밀집지역에 설치된 게임기 앞에서 남녀가 제주도항공권 등 고가의 경품들을 보고 있다.

ⓒ하성진 기자
'인형뽑기'로 불리는 크레인게임기에서 제공되는 경품이 제주도항공권 등 고가의 물품들로 넘쳐나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

학교 인근 편의점 등에 설치된 게임기에는 술이나 담배, 성인용품 등으로 가득 차 있어 청소년탈선까지 부추기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크레인 게임기는 4∼5개 종류이며, 작동방법은 대부분 한 차례에 100원∼500원씩 동전을 넣고 집게손을 조작해 게임기 안에 있는 경품을 꺼내거나 일정한 크기의 공간에 경품을 밀어넣으면 되는 방식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크레인게임기는 영업장 외부에 설치돼 전체이용가능 등급에 해당된다.

또 경품은 소비자가격 5천원 이내의 것으로, 종류는 완구, 문구, 문화상품, 스포츠용품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청주시내 곳곳에 설치된 게임기에는 성인용품이나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는 항공권 등이 경품으로 들어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는 담배나 미니어처 양주, 여성의 전라사진이 새겨진 영화CD 등이 들어있는 게임기도 버젓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게임기에서 제공되는 경품이 5천원 이상인데다 술과 담배 등 규정되지 않은 물품들로,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지만 단속은 전무한 실정이다.

전체이용이 가능한 크레인게임기는 신고나 허가의 대상이 아니다보니 현황파악은 물론 관리조차 어렵다는 게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규정에 어긋난 경품을 제공하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에 해당되고 고가의 경품제공은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현황파악이 되지 않다보니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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