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고양이의 말

2020.10.12 19:37:05

고양이의 말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감나무가 그늘을
채워가는 오후

고양이가 감나무를 오래
올려다본 주술의 시간은
하늘빛이다

전설같은 사랑은 흩어지고
고양이가 담장아래
사람들이 일용할 양식을
야옹야옹 잘게 먹는다

삶의 방식이 다른 다른 고양이는
주어진 것을 절대
타인에게 주지 않는다

감나무 뿌리 끝에서
심줄을 타고오르는
흙들이 야옹야옹
불확실한 사랑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

감나무는 무성한 잎만
늘어만 가는데
고양이의 말은
담장에 내려앉지 못한 채
야옹 야옹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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