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은
류상필
충북시인협회
해가 지고 밤의 고요한 호흡이 시작될 때,
이슬은 온 산야를 적시고
우리가 오고 간 작은 오솔길을 덮는다.
화사한 달빛 아래 빛나는 영롱한 구슬
이슬 덮인 산야는 아름답다.
대지의 갈증을 식혀주는 감로수
이슬 덮인 산야는 풍요롭다.
뭍 생명을 잉태하는 에너지의 여신
이슬 덮인 산야는 호흡한다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욕심쟁이 앞에선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슬기로운 생명
머물 곳과 떠날 때를 아는 멋쟁이
아침 햇살이 고개 들면
부드러운 대지에 엎드려
초목의 생명으로 바람 되어 노닐다
다시금 해지고, 밤의 호흡이 시작될 때
이슬은 온 산야를 적시고,
우리가 오고 간 추억길을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