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나라

2018.01.31 14:15:57

신동학

충북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기원 전 1600년 전에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하니 무려 3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문자로 기록된 인류 역사 맨 꼭대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법하다. 문자로 기록된 것은 그렇지만 내 생각엔 기록을 찾지 못했거나 안 남았을 뿐이지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인류의 시원(始原)부터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바로 도박(賭博)이다. 원시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 사냥을 해야만 했고, 도구가 없는 사냥이란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니 그보다 더 처절한 도박도 없다. 생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니 도박이 아니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목숨을 건 행동이었으니 요즘 잣대로 보면 도박 중에도 가장 큰 도박임에는 틀림이 없다.

수 천 년이 내려오면서 도박이 없었던 시대와 사회는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도가 지나친 듯하다. 광풍처럼 일고 있는 온라인 도박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박과 도박심리는 헤아릴 수가 없다. 오죽하면 도박공화국이란 말이 나왔을까.

작년부터 불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도 일종의 도박이다. 젊은 층에서 시작된 열풍이 중년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쉴 새 없이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밤을 새워가며 빠져있다고 하니 가상화폐 폐인이라 할 정도다. 가격변동 폭이나 이루어지는 행태를 보면 투기이고 도박에 훨씬 가깝다.

분석가들은 청년들이 현 사회에서 노력만으로는 처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사회를 보면 수긍이 가기는 하지만 이런 분석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것도 당장은 어려워도 시간이 지나면 원상복구 될 거라고 기대하는 도박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기대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부동산 가격은 절대 잡을 수 없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언젠간 한방만 터뜨리면 된다는 환상을 갖다가 결국 패망한다는 교훈을 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지 못하니 계속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명을 앗아가는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나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도박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걸고 벌이는 도박이다. 개인이 벌이는 도박의 폐해는 한정적이지만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의 도박은 광범위하고 막대한 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에 더 무섭다. 그런데도 말로는 국민을 들먹이면서 정작 국민의 민생과 안전을 담보하는 법안들은 팽개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혈안을 굴리는 데만 급급하다. 말로는 공정사회를 떠들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꿈을 위해 흘린 땀도 내팽개칠 수 있는 그들이니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벌이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투기와 도박이 횡행한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희망을 찾을 곳이 없으니 도박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도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각종 병폐의 원인이 정치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아는데 그들은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체하는 것인지 어쨌든 암담한 일이다. 그들이 국민 무서운 줄 알고 도박을 벌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의 심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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