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의 미래를 위한 제언

2017.12.07 13:12:44

오문갑

세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동서양에 따라 대학의 기원은 크게 다르다. 우리가 '근대' 고등 교육이라고 할 때 근대 대학은 곧 서양 대학이다. 서양 대학은 12세기 프랑스의 파리 시 자유교과인 문법, 논리학, 수사학 등 고전 인문학자가 동업 조합을 결성한 것에서 시작한다. 같은 시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법학 전공 학생들이 별도 학생 조합을 조직하였다. 여러 직종 장인이 집단 이익을 지키려는 동업 조합인 길드를 대학(universitas)이라고 하였다.

학자나 학생 길드에서 출발한 대학은 기독교로부터 독립되어 세속 학문을 추구하였고, 성직자나 의사와 법관 양성을 준비하기 위해 고전 인문 교과를 가르쳤다. 대학의 학사 조직을 학부(Faculty)라 하였고 교양학부(Arts Faculty)와 고등 직업교육기관인 의학부·법학부·신학부 등 4개 학부로 구성되었다. 19세기 들어 전자는 중등 교육으로 후자는 고등 교육으로 분화됬으며 자연과학 학부도 새로 추가되었다.

중세 대학의 교육 기능에 연구 기능이 추가되어 오늘날과 같은 근대 대학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19세기 초 독일에서였다. '근대 대학의 아버지'로까지 높게 추앙을 받는 훔볼트는 종래 교육 기능에 국한된 독일 대학에 연구 기능을 추가하였다. 미국에 이식된 독일형 연구대학은 20세기 이후 산업 발전에 따라 사회봉사기능이 추가되어 종합대학교로 진화하였다.

대학의 3대 기능인 교육, 연구, 봉사는 천 년여 긴 시간 동안 진화하는 가운데 형성된 것이다. 미국 사립 명문과 토지공여 대학인 주립대학이 점차 연구를 통한 국가사회발전을 강조하자 연구중심대학이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였다.

한국 대학은 매우 짧은 시간에 양과 질에서 경이롭게 발전하였다. '동시 보편화'라는 이 현상은 세계 근대 국민교육의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현재 고교 졸업생이 어떤 형태로든 고등교육 기관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80% 정도로 세계 최고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룬 놀라운 고등교육의 팽창으로 팽창 보다 '폭발'이란 용어가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 그러나 한국 고등교육의 동시 보편화 규모와 속도는 정부의 재정 부담 능력과 의지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대학 교육의 기회는 사립대학의 신설과 정원 확대를 통해서 가능했다. 그 결과 대학 교육은 공공재로서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과도하게 사립 영역에 의존하면서 보편화 단계로 이행했다. 대학 교육의 보편화는 중앙 정부의 합리적인 계획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대학 교육을 받게 하려는 학부모들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가능했다.

개별 교육기관은 각기 존재 이유에 맞도록 재정 확보, 교육과정 편성, 교수 충원, 입학생 선발 방법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체계 내 기능 구분은 교수나 학생과 같은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나 학교라는 기관에는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교육기관은 개교할 당시 밝힌 존재 이유와 기능에 일치된 역할을 수행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 대학은 중등 이후 교육에 대한 시민의 폭발적 요구를 주로 민영화 형태로 수용하게 되었기에 하나의 시스템을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대학 교육의 80%를 사학 기관과 학부모 재정 부담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하나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교육기회 폭발 전에 이해당사자 요구를 반영하는 합리적 종합발전계획을 가지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연구중심 대학, 교육중심 대학, 직업 훈련 대학 간의 확연한 기능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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