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기후에 맞는 수방대책 강구해야

2017.07.19 14:09:26

[충북일보] 재난의 비극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천재(天災)고 다른 하나는 인재(人災)다. 그러나 두 비극은 아주 다르다.

천재는 하늘이 내린 재난이다. 천재를 당하면 사람들은 재난 극복에 온 힘을 모은다. 단합의 감정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 인재는 다르다. 막을 수 있었기에 더 허탈하고 슬프다. 원망으로 치달아 분란을 만들기 쉽다.

지난 16일 집중호우 때 괴산댐 주변 호우피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월류 가능성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주민들은 이번 재해를 인재라고 주장했다. 너무 늦게 댐 수문이 열려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괴산댐 관리주체의 적절한 대처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선 댐 하류지역, 특히 수도권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홍수경보 발령 및 방류시기를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괴산군이 공원을 만든다며 벌인 무분별한 공사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외사교 다리 아래 제방을 쌓으면서 10여m 이상 강폭이 좁아져 원활한 물 흐름을 방해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만든 인재라는 주장이다.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한 인재 주장은 여러 곳에서 나온다. 청주 비하동 일대는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인근 석남천의 범람 때문이다. 그런데 하천 안에 쌓아 뒀던 공사자재들이 물길을 막아 둑이 터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하루 동안 청주에는 29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기상 관측사상 두 번째 많은 비를 기록했다. 인명피해와 함께 수많은 재산피해를 남겼다. 많은 시민들이 이번 비 피해를 천재가 아닌 인재로 인식하고 있다.

천재나 인재나 다 무섭고 끔찍하다. 피해발생 지역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에 앞서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인재라면 더욱 더 원인규명에 철저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괴산댐 재건설도 논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괴산댐 문제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괴산·충주지역은 물론 수도권까지 엄청난 수난을 당할 수 있다.

괴산댐 월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자칫 댐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괴산댐 주변에선 폭우가 내릴 때마다 크고 작은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관리주체나 관계당국 모두 원인을 밝히는 데는 소홀했다.

원인이 왜곡되면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없다. 괴산댐 월류 문제는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던 문제다. 따라서 문제가 터지면 천재라기보다 인재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일 때가 많다. 언론 등에서 인재라고 할 땐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허술한 재난관리시스템은 그대로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사고와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인재 발생 가능성부터 줄여야 한다. 관리주체라면 끊임없이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숙지해야 한다. 교육 훈련도 반복해야 한다. 꾸준한 감시와 단속은 기본이다. 그래야 감지와 초기 대응, 사후 생존, 사후 복구 등에 대한 체계를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이제 온대지역이 아니다. 강우일수는 줄지만 강우량은 늘어나는 아열대 지역으로 변했다. 변화하는 기후에 따른 적절한 수방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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