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2016.03.08 15:08:10

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봄비가 내리고 언 땅에도 파릇한 풀들과 함께 봄 냄새가 푸석푸석 올라온다. 하지만 도시생활, 특히 아파트에 살다보면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느끼는 몸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교외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계절은 대지의 색을 바꾸고 있고 겨울 내 움츠려 있던 몸의 감각은 볕이 좋은 봄날 봄바람처럼 어디라도 떠나고 싶게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꽃피는 봄이 오면 산과 들로 유명관광지와 유원지에는 보편적인 여행의 기술을 갖고 동일한 코스로 움직이는 여행객들로 넘쳐날 것이다. 또한 즐거운 여행을 위해 인터넷 검색과 방송에 나온 그곳으로 최선의 여행 스케줄을 정리할 것이며, 여행의 마지막은 각종 SNS의 등록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보편적인 여행의 기술은 각종 블로거들의 추천과 체험 일정이 담긴 매혹적인 자료와 서적들로 넘쳐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들에게 여행이 주는 기대치와 여가문화의 다양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한 몫을 담당했다. 여행과 여가생활은 피로를 회복하게 하는 강장제처럼 때로는 가족이나 친구간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현대사회에서 여행과 관광은 유행처럼 획일화 되고 여행의 방법은 구조적 형식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여행을 다니고 여가를 알차게 보내는 삶은 자신의 느린 삶과 여유로운 일상을 위해 누구라도 꿈꾸고 있는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지만 너무 조급하게 짜인 여행과 단조로운 패턴은 소모적인 피곤함만 가중시킬 수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지자체들의 관광명소화 사업과 둘레길, TV프로그램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여가문화의 제안들은 마치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면 함께 동참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어린자녀를 둔 아빠라면 꼭 해야 할 것 같은 캠핑과 각종 문화체험의 참여 등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개성적 자아를 찾는 휴식보다는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천편일률적인 여행의 기술을 따라 하기가 대부분이다.

궁극적으로 현대인들의 여행은 어떤 식이든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가족 또는 친구, 아니면 혼자일 수 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임은 분명하다. 특히 혼자만의 여행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글귀,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이나 노래구절 등 여행 하는 곳에 혼자만 놓여있을 때 자신의 진정한 기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자신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행의 기술, 여가의 활용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한다면 단순한 관광의 동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록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것이라 권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라도 호젓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고 이러한 삶에 자신만의 여행 기술을 더한다면 현재의 처지와 골치 아픈 상황에서 벗어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짧은 시간 익숙했던 동네의 골목길을 걸으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소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듯, 아니면 나른한 토요일 오후의 햇살이 게으른 방바닥의 경계를 허무는 것처럼 올봄에는 자신만의 여행의 기술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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