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요승 ‘이금’, 청주목에서 체포되다

2016.01.19 13:46:51

조혁연 객원 대기자

[충북일보] 불교의 믿음은 상생(上生) 신앙과 하생(下生) 신앙으로 구분된다. 죽었을 때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것은 이승에서 저승으로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상생신앙이다.

반면 메시아가 강림해 내가 살고 있는 땅을 극락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하생신앙이다. 지난날 석가모니는 제자 미륵에게 장차 성불을 해, 사바세계(현재의 땅)의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할 것을 수기(授記)하였다.

수기는 부처가 수행자에게 미래의 깨달음에 대하여 미리 지시하는 예언이나 약속을 일컫는다. 불교 경전의 하나인 《미륵삼부경》에 따르면 현재 미륵은 성불을 한 후 도솔천에서 하생 시기를 기다리며 선정에 들어 있다.

이것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 그 유명한 미륵반가사유상이다. 이 땅의 '가짜 지도자들'은 현재의 삶에 지친 백성을 현혹하기 위해 미륵의 강림사상을 자주 교묘히 이용했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그러했고, 《정감록》에 등장하는 진인(眞人)도 미륵의 메시아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811년 평안도에서 난을 일으킨 홍경래가 내세운 메시아도 정진인(鄭眞人)이었다.

미륵사상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시간적으로 공통점이 있다. 민중의 삶이 도탄에 빠지면서 대규모 농민반란이 일어났고, 어쨌거나 그후 얼마 안가 국가권력이 교체되었다.

고려말에는 강원도 고성 출신의 이금(伊金)이라는 가짜 종교지도자가 설쳐됐다. 그는 자신이 미륵의 환생인 것 외에 △나머지 잡신을 믿지 말 것 △재물을 멀리할 것 △육식을 삼가할 것 등을 주문하였다.

<고려사 권107, 열전 권화>이다. 청주목사(淸州牧使), 이금(伊金) 등의 표현이 보인다.

"나는 능히 석가불을 불러올 수 있으니, 무릇 천지의 귀신에게 기도하고 제사지내는 자, 말과 소의 고기를 먹는 자,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3월에 이르러 해와 달이 빛을 잃을 것이다."-<고려사절요 권 31, 신우2>

인용문 끝 부분은 대중을 협박하는 내용이고 재물을 멀리하라는 것 역시 현대의 어느 사이비 종교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골수 배불론자로 석가모니를 '석씨'(釋氏)라고 폄하했던 정도전(鄭道傳·1342~1398)이 불교경전 내용과 이금의 주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금과 석가는 그 말이 다름없으나 다만 석가는 멀리 타생(他生)의 일을 말하니 사람이 그 허망됨을 알지 못하고 이금은 가까이 3월의 일을 말하니 허망함이 곧 나타날 뿐이라."-<고려사 권119, 열전 정도전>

이금과 남녀 무당으로 구성된 무리들은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다. 그들 가운데는 부자와 고급 관료도 끼어 있었고, 어느 고을에서는 수령이 직접 나와 이들을 영접하고 객사로 모실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청주목사 권화(權和·?~?)는 달랐다. 그는 이금을 단호하게 백성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로 규정하고 그가 청주목에 오도록 유인. 일당을 전격 체포했다.

'청주(淸州)에 이름에 미쳐서는 권화가 그 무리를 유치하여 그 거수(渠首) 5명을 결박하여 가두고 조정에 치보하니 도당(都堂)이 제도(諸道)에 이첩하여 모두 잡아 죽였다.'-<고려사 권107, 열전 권화>

인용문의 '모두'는 이금을 추종했던 전국의 신도들로 모두 학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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