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미륵대불은 왜 '키다리佛' 일까

2015.12.03 16:47:11

조혁연 객원대기자

[충북일보] 속리산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을 둘러싸고 최근들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법주사 미륵대불은 사용된 재료에 따라 시멘트 미륵대불, 청동미륵대불, 금동미륵대불 순으로 불리워져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가인 김복진은 1939년 시멘트 미륵대불을 제작했다.

그리고 월탄스님이 주지로 있던 1987~1990년 사이에는 청동미륵대불, 석지명 스님이 주지로 있던 2000년에는 청동에 금박을 입히는 개금불사가 진행됐다. 이후 청동색 녹이 배어나오면서 금년 4월까지 3번째 개금불사가 진행됐다.

금동미륵대불은 말 그대로 금동+미륵+대불의 조합어이다. 일련의 진행을 보면 법주사는 불가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이것들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금동은 곧 황금색을 의미하고, 따라서 석불, 철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불상은 황금색을 나타내고 있다.

황금색에는 부처의 이른바 32길상(吉相)이 관여한다. 32길상은 《중아함경》과 《방광대장엄경》에 나오는 내용으로, 이른바 부처님 외모에 관한 규정이다.

정유육계(頂有肉髮), 나발우선 기색감청(螺髮右旋 其色紺靑), 액광평정(額廣平正) 등의 표현이 있다. 순서대로 '정수리에 육계가 있다', '소라같은 머리칼이 오른쪽으로 돌아오르고 그 빛은 검푸르다', '이마가 넓고 평평하며 바르다' 정도의 뜻이다.

최근의 구설과 관련된 것은 '부체유연세활 자마금색'(膚體柔軟細滑 紫磨金色)이라는 표현이다. 부처의 피부는 부드러우며 곱고 매끄러운데 자마금빛이다. 자마금은 자주빛이 나는 황금으로, 품질이 가장 좋은 황금을 일컫고 있다.

법주사가 미륵도량을 시종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실제 창건주인 신라 진표스님의 불사와 관련이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표는 김제 금산사, 속리산 법주사, 금강산 발연사 등 3개 사찰을 창건했고, 이들은 하나같이 미륵도량이다.

때문에 도내 조계종 신도들은 금제 금산사와 속리산 법주사를 형제사찰로 여겨왔다. 따라서 두 사찰은 월자문중(금오선사 제자)의 스님들이 주지직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월주(금산사)와 월탄(법주사) 스님이다.

속리산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의 두광과 화불 모습.

대불 역시 불상이 단순히 키가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불가에서는 불상의 크기에 따라 장육상(丈六像)·등신상(等身像)·대불(大佛) 등으로 분류한다. 생전의 부처는 보통사람 8척보다 2배 정도 컸다. 따라서 부처불은 장육(丈六), 즉 1장6척인 16척으로 조성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이와 관련 《관불삼매해경》은 "미륵상은 160척 대불이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160척은 장육불(16척)의 10배에 해당하는 높이다. 법주사를 비롯해 충주 미륵리사지, 충남 은진 관촉사 등의 야외 미륵불이 하나같이 '키다리'로 조성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은 또 불교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부처 조각상의 광배(光背)는 전신이 빛을 발하는 신광(身光)과 머리 부분에서만 빛을 발하는 두광(頭光)으로 구분된다.

현재의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은 이 가운데 두광을 하고 있다. 그런 두광을 잘 살펴보면 그 사이에 '새끼佛'인 화불(化佛)이 조성돼 있다. 화불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소형 변화佛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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