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묵(58) 먹장은 지난 2010년 음성군 음성읍 초천리에 '취묵향(醉墨香)공방'을 열고 전통방식으로 솔먹을 만들고 있다.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으로 만드는 솔먹(송연묵-松煙墨) 뿐만 아니라 콩기름, 피마자기름, 참기름 등 식물성기름을 태워 만드는 '기름먹(유연묵-油煙墨)'과 석유나 천연가스를 태워 만드는 '카본먹(광물성묵鑛物性墨)'도 만든다.
국내 유일의 솔먹을 만드는 한상묵 먹장을 찾아 우리나라의 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상묵 먹장이 소나무의 '관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기중기자한상묵 먹장이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받은 숙련기술전수자 인증패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남기중기자한상묵 먹장이 기름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기중기자한상묵 먹장이 솔먹으로 복원한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기중기자한상묵 먹장이 전통방식으로 만든 가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기중기자- 먹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계기는?
"28살 때 먹 공장을 운영하던 이모부의 권유로 일을 배웠어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터를 잡고 일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은 기술 습득을 위해 일본과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지요. 지난 2002년 경북 영양군서 전통방식 가마터가 발견됐는데 그 가마터가 전통방식의 먹을 만들던 가마가 있던 곳이었어요. 그후 그 가마터를 토대로 가마를 만들어 전통방식으로 솔먹을 만들고 있지요."
- 음성에 자리잡게 된 계기?.
"음성으로 이사오기 전 살고 있던 동탄면이 재개발돼 이사를 가야 했어요. '충북에 붓, 한지, 벼루 장인은 다 있는데 먹 장인만 없다'는 청주대 교수의 권유로 이 곳에 자리잡게 됐지요. 당시 처음엔 청주 지역으로 이주하기 위해 알아봤는데 세종시 개발 등으로 청주 지역의 땅값이 많이 올랐더라고요. 또다른 지역을 찾아보게 됐고 음성의 초천리가 '먹뱅이'라고 불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먹뱅이는 '먹을 만드는 동네'를 뜻하죠. 먹 생산이 활발했던 곳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초천리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혔죠."
- 그간의 성과는?
"금속활자(직지) 인쇄에 사용됐을 먹을 연구했어요. 연구의 결과로 종전의 학설과는 다르게, 직지를 인쇄한 먹이 기름먹이라는 것도 밝혀냈지요. 기존의 학설은 '시기상으로 솔먹이 사용됐을 수 밖에 없다' 였어요. 하지만 솔먹이 아닌 기름먹이 사용됐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고 제가 새로 개발한 전통 기름먹으로 인쇄해 본 결과 금속활자본 원본과 다름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직 학계에선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죠. 지난 2006년 경기도 명장, 2014년엔 전통먹분야 숙련기술전수자 증서를 받았어요. 국가적으로도 미약하나마 전통 먹의 중요성을 알아봐 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문화재청과 조선왕조실록 복원사업, 불교문화제 연구소와 팔만대장경 인경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할랄 코리아 협동조합'과 함께 한지에 먹으로 '코란'을 찍는 작업을 추진중이고요. 천연제품을 사용하고 펄프지 사용을 줄여 자연보호를 하겠다는 이슬람 국가 차원의 사업이라고 해요. 코란은 원칙적으로 '메카'에서만 인쇄가 가능하고 화공약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사업이기에 제작비 문제가 커서 이슬람 국가와 할랄 코리아 측의 논의가 쉽게 끝나지 않네요."
- 향후 계획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음성에서 열린 '설성문화제'에 작품을 전시했지요. 18일부터 열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도 전시중이고요. 요즘 먹을 사용하는 사람은 특수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 외엔 없잖아요. 그래도 우리의 전통 먹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조선왕조실록 복원과 같은 국가 사업과는 별개로 우리 국민들이 전통의 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먹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배우고 익힌 먹장의 기술은 후대에 끊기지 않도록 딸에게 전수하고 있어요."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