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귀 닫은 대학들

2014.04.21 19:03:04

잔인한 4월이다.

또다시 불거진 도내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 때문이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학생과 순수학문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 몇몇 지표를 적용해 학과 폐지를 결정하고 있다.

서원대학교는 학과 평가를 통해 4개 학과를 2개 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청주대는 사회학과와 한문교육과를 폐지하고 국어교육과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대도 환경교육과를 폐지하는 등 학과 통폐합안을 발표했다.

이에 각 대학 학생 등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의견수렴 등 최소한의 소통조차 하지 않은 채 대학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서원대 미술학과 재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총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교내 공사 중인 건물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동문도 틈틈이 대학을 찾아 재학생을 위로하고 학과를 살릴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신입생은 어떠한가. 미래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입학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교정을 떠돌고 있다.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예고 없이 찾아온 학과 폐지 소식이 참담할 뿐이다.

하지만 대학 측은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개혁'에 따른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모든 답변을 대신하며 학생들을 외면하고 있다.

청주대의 모습은 단연 가관이다. 사회학과 학생들이 폐과 철회를 요구하며 대학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자 대학측은 총장실 점거가 우려된다는 명목으로 총장실 출입구를 폐쇄했다. 한강 이남 최고의 사립대학이라고 자부해 온 이 대학 책임자 김윤배 총장이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교육의 장이라는 대학에서 구성원 간의 불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학과 구조조정은 앞으로 계속될 문제다. 생존경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마저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채 학생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세상 어디에도 민심을 잃고 흥한 왕조는 없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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