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한증막이 된 보은군청사

12~14일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전면 중단
실내온도 33.2도, 선풍기 틀고 업무
더워도 즐겁게 일하자는 분위기

2013.08.14 21:58:02

14일 오후 보은군청사 내 사무실의 실내온도가 33.2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블랙아웃의 최대 고비로 예상되는 14일. 어느덧 해는 중천에 떠올라 제법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보은군청사는 한낮인데도 한밤중처럼 깜깜했다. 보은군이 전력위기 극복을 위해 청사 내 냉방기와 조명을 모두 차단하기로 한 데 따른 현상이다.

이날 한낮 기온은 무려 33도. 정부의 공공기관 냉방기 가동 전면 중단 방침에 따라 에어컨을 모두 끄고 선풍기 몇 대만 돌릴 뿐이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공무원들은 사무실 창문과 문을 모두 열어젖혔다. 컴퓨터 등 사무기기가 없는 복도는 좀 더 시원할까 싶어 나온 직원들도 있었다.

시계 바늘이 오후 2시를 가리키자 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을지훈련 준비보고회가 열렸다. 150명이나 참석했다. 가뜩이나 더운데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마치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바지도 걷어보고 셔츠 단추도 풀어보지만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막을 재간이 없다.

"여기 너무 더운 거 아니야? 뭐 부채질할만한 것 좀 없어요?"

여기저기서 더위를 호소하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홍석정 안전총괄계장은 대회의실 문을 개방하고 부서 직원들을 시켜 참석자들에게 부채를 나눠줄 것을 지시했다.

잠시 후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졌다. 부채를 받은 참석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연신 부채를 흔들었다. 보고회가 진행되는 내내 군무(?)는 계속됐다.

오후 3시30분 경제정책실. 최원영 경제계장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온도계를 바라본다. 수온주는 3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휴~ 33도야? 덥지만 별수 있나, 더워도 웃으면서 일하자고."

무더위에 지쳐 축 처진 사무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던진 농담이었지만 부서 직원들의 반응이 신통치가 않다. 최 계장은 머쩍은 듯 애꿎은 부채만 흔들어댔다.

옆 부서인 이혜영 경제전략계장은 책상 밑에 둔 개인 선풍기를 틀며 열을 식혔다. 그러나 오를 대로 오른 실내온도에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 숨만 턱턱 막힐 뿐이다.

찜통사무실을 피해 잠시 더위를 식히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일부 공무원은 주차된 차에 들어가 잠시 에어컨을 틀거나 비교적 서늘한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검색을 했다.

일부는 출장을 선호했다. 오가는 길에 차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서도 그때뿐. 사무실에 들어오면 다시 찜통더위와 싸워야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좋든 실든 방법을 찾아야죠. 여름이 빨리 지나길 바랄 뿐이에요."

보은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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