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죽겠다' 말이 씨가 될 수 있습니다

2013.08.11 11:34:59

최경철

청주기상대장

올 여름 지루했던 장마가 끝이 났다. 거꾸로 장마, 반쪽장마, 역대 최장 장마 등 올해 장마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수식어가 줄지어 붙여졌다.

'거꾸로 장마'는 일반적으로 장마의 시작이 제주도 및 남부지방인데 반해 올해는 중부지방부터 장맛비가 시작되어 붙여졌고, '반쪽장마'는 남북편차가 컸던 강수량 현황을 잘 나타내준다.

또한 올해 장마는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기록까지 세우며 역대 최장 장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충북도 이러한 장마 특성이 잘 나타났다. 7월 한달 충북 평균강수량은 282mm이었으나, 충북북부 제천 강수량이 442.4mm인 것에 반해 충북남부 추풍령 강수량은 186.6mm에 그쳐 '반쪽장마'가 충북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장마가 끝날 무렵에 폭염이 스타트 선에서 준비자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남부지방은 장마기간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장마전선이 주로 북한과 중부지방에 영향을 끼친 반면 남부지방은 습하고 무더운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 안에서 폭염이 일찍 찾아온 것이다. 그 시기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폭염을 슬기롭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그 피해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가시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폭염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재시스템 구축이 다른 위험기상에 비해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폭염은 보여지지 않을 뿐이지 가지고 있는 위험요소는 전혀 적지 않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풍, 대설, 폭염 등 모든 기상재해에 기인한 연간 사망자수가 폭염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2012년에 발표한 폭염에 의한 인명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사망자는 14명, 질환자는 984명에 달한다.

또한, 미국의 통계에서도 홍수, 낙뢰, 토네이도, 허리케인에 의한 사망자보다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훨씬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폭염이 맹위를 떨쳤던 1994년 사망자의 사망원인을 전년도와 비교하면, 호흡기계통질환, 내분비 및 영양대사질환, 순환기계통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각각 43.8%, 43%, 30.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한반도기후변화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추세로 증가한다면 21세기 말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4.9도 상승하여 전국이 아열대기후로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진행속도가 지구 전체 속도보다 빨라 폭염과 열대야 일수 같은 극한 기후 또한 21세기 말에는 각각 4배, 13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이 보호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008년부터 폭염특보를 발표하여 폭염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폭염특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발표된다. 기상청 뿐만 아니라 폭염 경고시스템 구축 및 무더위 쉼터 등 피해예방을 위하여 각 분야별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폭염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며,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대처해야할 부분이다. 폭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방대책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하다. 스스로 자기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폭염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폭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폭염은 더 이상 더움의 정도가 아니다. 재해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유념하여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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