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50m 수영장은 사치인가

충북장애인선수단 올림픽 金 4개…전국체전 3~5위권
전용훈련장 없어 다른지역에서 훈련…李지사, 스포츠센터 건립 약속
의견수렴 없이 설계 변경…체육인 "일반인 편견 없으면 현 시설로도 만족"

2013.03.19 20:26:44

"되묻고 싶다."
 
"2012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내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매년 3~4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충북위상을 높이고 있는 충북장애인들을 위해 번듯한 체육관 하나 지어주는 일이 그렇게 어렵고, 사치스러운 일인지를…"
 
충북지역 장애인체육인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주 장애인스포츠센터 건립 문제가 '헤게모니(Hegemonie)'나 '돈(Money)'의 논리로 다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충북지역 장애인 체육인들은 어떤 누구에게도 자신들만의 체육관을 지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수영장이나 실내체육관 등을 비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눈치 안 보고 이용할 수 있는 게 바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런저런 핑계로 번번이 거절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러한 점을 파악해 이시종 충북지사는 장애인스포츠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삼았다.
 
공공시설물은 지방의회 조례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에 설치돼야 하고 관리 역시 기초단체가 맡아야 하는 일이어서 장애인스포츠센터는 장애인 수가 가장 많은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 밀레니엄 타운 내 2만㎡부지가 최적지였다.
 
그래서 충북도는 국·도·시비를 합쳐 밀레니엄타운 내 설치키로 청주시와 협의했고 몇 차례의 줄다리기 끝에 국비 36억원, 도비 62억원, 시비 62억원 등 모두 160억원의 예산으로 장애인스포츠센터를 짓기로 합의했다.
 
당초 장애인스포츠센터 규모는 이 예산으로 관람석 300석을 포함한 50m 길이의 8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휠체어농구, 핸드볼, 배구, 럭비 등을 할 수 있는 1천190㎡ 크기의 다목적체육관 등이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 사용자인 장애인들의 의견 따윈 필요 없이 실시설계 용역결과 6개 레인에 20m길이의 수영장과 700㎡의 협소한 체육관으로 건설되는 계획안으로 급변경됐다. 예산부족이 이유였다.
 
이 규모로는 핸드볼 등의 경기도, 수영도 제대로 훈련할 수 없고 시합도 열 수 없는 도내 몇몇 곳에 있는 그저 그런 시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낭비성 행사와 축제가 여전히 열리는 데다 수십억원을 들여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치우는가 하면 수천만원짜리 소나무 수 그루를 대책 없이 심었다가 몇 달 만에 병들어 잘라내는 충북도와 청주시가 돈타령을 하며 자신들이 결정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현실에 장애인들은 다시 한번 의욕을 잃고 있다.
 
충북은 2012런던장애인올림픽 수영에서 금 2, 동 1개, 사격에서 금 2개를 획득할 만큼 선진국 수준의 기량을 보유한 선수를 확보하고 있다. 전국체전에서도 5년 연속 종합 3~5위를 기록, 충북의 위상을 높이며 부유한 지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체육시설이 마땅치 않아 수영선수들은 대전으로, 상당수 종목의 선수들은 일정한 훈련장 없이 이곳저곳을 각각 배회하며 훈련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복수의 충북장애인체육인들은 "장애인스포츠센터는 장애인만의 전유물이 아닌 비장애인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곳이기에 규모가 협소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우선 물어보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장애인들의 배려와 사회편견만 없다면 장애인스포츠센터가 없어도 지금의 시설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대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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