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기자의 고백…北 어린이들의 무표정한 얼굴의 잔상

2008.03.02 22:36:20

로이터통신 뉴욕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존 허스코비츠 기자는 지난 3년 동안 한국에 관한 기사 등 아시아 권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기자다. 그는 이번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당시 약 80명에 달하는 취재진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당시에 느낀 바를 2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허스코비츠 기자는 공연을 위해 평양에 도착한 뉴욕필 단원들과 취재진을 환영하는 북한사람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현지에 있었던 기자들은 왜 이제 와서 이런 개방의 태도를 취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다.

▲철저한 정책 밀봉, 뒤늦은 개방?

그도 그럴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던 북한은 지난 2005년 핵무기 개발 중단을 선언한 후 국제사회에 통합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최근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은 수렁에 빠져들었고 북한은 철저하게 자국의 정책을 밀봉하고 외부 유출을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뉴욕필의 공연을 받아들이고 80명 가량의 서방 세력 취재진들을 환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허스코비츠 기자는 공연장에서 북한의 고위급 관리들은 뉴욕필 단원과 기자단을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우리에게 광대역의 인터넷망을 허용했고 사진을 찍는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허용하기도 했다. 물론 감시단이 주변에 있었지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뉴욕필의 공연은 계속적인 북한 사회의 고립을 주장하는 세력과 적절한 개방을 통해서 북한의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세력과의 타협으로 이뤄진 산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허스코비츠는 평양의 실상을 "확실한 가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평양에 있는 대부분의 상점은 해질녘이 되면 부족한 전력공급으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고 오로지 북한 정권의 선전 문구만이 어두운 하늘 아래 밝게 빛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에서 만난 그룹을 두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펠리칸 브리프(The Pelican Brief)'와 같은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프랑스 산 옷을 입는 '세속적인 그룹'과 외국인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웃음을 잃어버린 그룹'이 그것이다.

▲프랑스제 옷 입는 북한 사람

허스코비츠 기자는 뉴욕필의 공연장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의 TV 드라마를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DVD를 통해 보고 있었으며 심지어 북한 국영 방송이 보도하지 않아도 현재 미국 대통령 경선에 참여중인 민주당 후보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었고 어떤이는 프랑스제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어에 유창하면서도 항상 발음에 신경을 쓰는 한 중년층 남성은 공연 내내 흥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도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이라는 곡이 나올때 "이 곡을 알고 있다"며 흥에 겨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이에 허스코비츠기자는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북한에서 정상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웃음을 잃은 아이들…나라의 주인은 김일성 수령

그러나 이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어린이예술단의 공연을 봤을 때 그는 복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으며 특히 어린이예술단의 "김일성 수령님이 우리와 함께 춤을 추시네"라는 제목의 공연은 '김일성 수령이 나라를 지키고 있으며 김일성 수령은 우리 모두의 부모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감상한 후 평양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아이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곡의 내용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고 말하면서 과연 북한에서 뉴욕필의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다른 계층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허스코비츠 기자는 "북한 방문을 통해서 만나고 싶었던 것은 거슈윈의 곡을 안다고 하는 중년층의 남성과 같은 인물이었다"며 그러나 정작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의 무표정한 얼굴"이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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