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간 갈등, 해결책은 없나 - ② 오스트리아 빈 공항 갈등조정 사례

국제공모로 갈등조정팀 선정···타협점 찾아

2007.11.28 10:46:35

연간 이용객이 지난 1995년 84만명에서 2005년 161만명 기록, 오는 2010년 209만명, 2015년에는 26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의 빈 공항 내부 전경.

오스트리아 빈 공항 제3활주로 신설 결정을 위한 갈등 조정은 유럽에서도 눈길을 끈 조정사례로 우리나라에서의 갈등 해결방안에 있어 좋은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갈등조정을 위해 사업주체인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가 조정자로 나설 팀을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점은 특이 할만하다. 또 선정된 갈등 조정팀은 조정해결을 위해 5년여에 걸친 조정기간 중 166번의 공식회의와 비공식회의를 합친 500여차례의 대화와 토론은 우리의 현실과 확연히 비교되고 있다.


# 빈 공항 제3활주로 신설 목적

오스트리아는 면적이 8만3천855k㎡, 인구 820만명의 작은 국가이지만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유럽의 관문으로 동쪽에는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와 접해있다. 또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체제가 전환되며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제협력 증가에 따라 오스트리아는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함에 있어 오스트리아의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는 항공승객과 물동량이 매년 6%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늦어도 2015년에는 새로운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이에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는 1998년 제3활주로 건설을 포함한 빈 공항 확장계획을 발표했다.


# 갈등의 시작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는 제3활주로 건설과 확장계획을 발표하며 현재 2개의 활주로를 최대한 이용하면 시간당 72회의 이·착륙이 가능한데 2015년에는 최소 80회 이상의 이·착륙이 예상된다며 3활주로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소음공해로 시달리고 있던 공항 인근 지역주민들은 “3활주로가 건설될 경우 기존의 항공소음은 더욱더 악화될 것”이며 “지역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다양한 주민연대를 구성,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인근주민들의 저항에 빈 공항 측은 활주로 예정지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과 항공기 소음 저감을 위한 보완대책을 수립, 주민 설득을 시도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점점 거세졌다.


# 제3의 조정자 선택

빈 공항 측은 갈등 해결을 위해 중립적인 제3자에게 조정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하고 2000년 3월 변호사이자 녹색당원인 토머스 프라다(Thoms Prader)박사를 조정관으로 지명했으며 프라다 박사는 국제공모를 통해 3명으로 구성된 조정팀을 구성, 주민들과의 본격적인 조정에 나섰다.

빈 공항 갈등문제를 해결한 빈 공항 대화포럼 건물 전경.

# 갈등 조정 과정

프라다 박사와 조정팀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문제로 논의할 것인가, 누가 참여해 결정해야 하는가 등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조정포럼 구성에만 1년이 걸렸으며 조정포럼에는 이해당사자인 정당, 주정부, 인근지자체, 지역상공회의소, 지역노동자대표 등 관련협회, 시민연대, 주말농장소유자 연합 등 50개 그룹이 참여했다.

조정팀은 이들 이해당사자들과 60회의 면담과 3차례에 걸친 조정포럼을 통해 조정과정의 본질적인 절차(조정의 대상, 참여당사자, 구조, 비용 등)에 합의했으며 2001년 3월 모든 참여자들의 합의하에 조정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이후 조정포럼은 소음, 발전 시나리오, 생태, 여론 활동 등 4개 분과로 나누어 추진됐으며 2001년 가을에는 시민연대, 빈 공항주식회사, 지자체단체장, 주정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추가 설치됐다.

프라다 박사를 위원장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분과별로 추진되는 작업을 조정하고 조정팀과 함께 조정절차를 매끄럽게 운영하는 과제로 실질적인 내용 문제에 집중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02년 초반까지의 작업은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으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소음방지, 보상, 세수, 지자체의 발전가능성, 소득변화, 지가, 관광산업,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농업의 생존 등 △사회적 측면에서는 사회구조, 인구변화, 거주 구조, 외부위험, 지역적 편차, 건강 등 △생태적 측면에서는 쓰레기, 하수, 지하수, 에너지 사용량, 토지이용, 토착생물 및 기후변화, 오염물질 배출, 소음, 교통 분산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조정 결과, 제3활주로 증설과 관계없이 현재의 항공소음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계획보다 조정 기간이 길어지자 조정 포럼은 2002년 11월 분과를 해체하고 작업반을 쟁점별로 구성했으며 운영위원회 권한을 확대하고 모든 의사결정권을 위임했다.

당시 목표는 2003년 가을까지 조정을 종결하는 것이었지만 활주로 증설과 관련된 구체적 대안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며 시한을 넘기게 됐다.

이후 몇 번에 걸친 장시간의 토론을 통해 결국 2004년 여름, 대부분의 쟁점분야(승객 수에 따른 환경펀드 조성, 소음감소를 위한 기술적인 방안, 허용소음기준 등)에서 기본적인 합의를 이뤄냈으며 2005년 중반 마지막 난제였던 심야 이·착륙 분야에 대한 합의 도출이 성사되면서 2005년 6월22일 최종안이 체결됐다.

조정안은 2007년부터 심야 이·착륙 횟수를 줄이고 특정한 방향의 심야 이·착륙을 금지했다. 또 인근 주택에 대한 방음시설, 승객 당 20센트의 환경기금을 조성해 75%는 지역발전, 25%는 항공소음 관련 연구에 사용하도록 합의했다.

환경기금 사용 여부는 빈 공항주식회사와 지자체, 시민단체가 공동 결정하며 이와 함께 조정 내용 이행을 감독하고 향후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을 처리하기 위해 ‘빈 공항 대화 포럼’이 결성됐다.

특히 빈 공항 측은 제3활주로 증설과 관계없이 20억유로(2조6천900억원 상당)를 투입, 지금의 항공소음문제를 해결키로 하고 인근 주민들의 주거지에 방음창을 설치해 주었다.

한편, 빈 공항 갈등의 조정과정은 일반시민들에게 공개된 과정이었다.

166회의 회의록이 홈페이지(www.viemediation.at)를 통해 공개됐고 1년에 2~3회씩 총 10회의 뉴스레터를 통해 조정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가 제공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이 활주로 증설에 앞서 17대 규모의 비행기 계류장을 건설 중에 있다.

# 갈등 조정과정이 보여준 시사점

빈 공항 갈등조정과정이 보여준 시사점으로 먼저 합의가 쉬운 부분과 어려운 부분을 나누어 조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쉬운 현재의 항공기소음대책을 활주로추가 신설문제와 독립적으로 우선 처리함으로서 상호신뢰성에 도움을 줬으며 이를 통해 활주로 추가신설에 따른 갈등의 폭을 줄이는데 기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조정과정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으로 활주로의 신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피해 지역사회에 환원함으로서 일종의 타협이 이뤄졌으며 세 번째로 조정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함으로서 조정의 쟁점들이 지속적으로 논의 됐다는 점과 이에 따라 조정 대리인과 이해 당사자 간의 견해 차이가 최소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네 번째로 조정안의 사후관리의 중요성으로 사후 갈등관리 구조인 대화포럼 선임은 조정안에 있어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들로의 지지도를 얻을 수 있기에 갈등 해소 이후의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섯 번째로 전원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한다는 조정원칙에 따라 타협을 서두르지 않고 수 많은 회의와 논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갔다는 점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점으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쟁점의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점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조정사안의 경우 쟁점을 단순화 시켜 집중적인 협상을 통해 합의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충주 / 노광호기자

인터뷰 - 토머스 프라다 (빈 공항 갈등 전문 조정관)

"서로 입장 이해 형평성 맞춰"

“갈등해소에 있어 여러 분야의 조건을 서로 조정하며 이해관계를 맞춰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빈 공항 갈등조정을 주도적으로 맡아온 대화포럼의 갈등 전문조정관인 토머스 프라다(Thoms Prader)박사는 갈등해소의 중요성을 이 같이 말하고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서로간의 형평성을 맞춰 나가는 일로 이러한 일들은 예술이다”고 표현했다.

프라다씨는 “먼저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게 됐다”며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믿음을 주는 과정이었는데 이러한 일이 아주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음문제 등을 조정하고 누가 타협에 나설 것인지를 정하는데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며“집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곧 무너지듯 기초 작업을 단단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조정과정에 있어 주부의 말 한마디와 사업주체인 공항 대표자의 말을 똑 같은 비중으로 다뤘다”며 “조정 참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하고 논의 과정 중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조정의 시작점이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정보를 나눠줘 이해 당사자들이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정보이든 나쁜 정보이든 모든 정보는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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