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등하불명‘...관심.예지 절실

2007.06.18 00:04:20

충북일보 취재진은 구곡문화전문가인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와 함께 지난 4월 7일부터 10일까지 구곡의 기원지인 중국 푸젠성(福建省) 서북부 우이구곡(武夷九曲·무이구곡)을 답사했다. 이어 충북 괴산·청원·옥천·제천을 비롯해 강원도 화천, 경기도 양평·가평, 경북 문경·안동·봉화·성주·김천·영주 등 국내 주요 구곡을 둘러봤다. 취재진은 이번 국내·외 답사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산수문화의 결정체인 충북 구곡에 대한 산수·문화관광 차원의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리즈를 결산한다. / 편집자주

구곡(九曲).
취재진은 ‘자연이 빚은 산수(山水)와 인간이 실현한 문화(文化)의 결정체’라고 감히 단정한다.
맑디 맑은 물에 각양각색의 바위와 기암절벽,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룬 곳, 그곳이 바로 구곡이다. 또 거기엔 성리학자의 사상과 삶, 풍류, 그리고 신선(神仙)사상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 ‘계곡’아닌‘구곡’인식해야
“능강구곡(綾江九曲)이 여기서 얼마나 남았나요?”
“…….”
“능강계곡(綾江溪谷) 말인가요?”
제천시 수산면의 능강구곡을 찾아가는 길에 관광안내소를 들렀다.
이곳 역시 ‘구곡’보다는 ‘계곡’이란 용어로 이해하고 있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소재지의 도로안내표지판에는 ‘용추구곡’으로 표기돼 있다. 충북 도내 안내표지판의 ‘○○계곡’ 일색을 ‘○○구곡’으로 고쳐야 한다. 또 경북 성주시의 무흘구곡처럼 위치가 확인된 곡에는 한시와 번역문을 실은 안내판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 학술·연구사업과축제
이상주 박사는 충북개발연구원 부설 충북학연구소의 요청을 받아 ‘충북의 구곡과 구곡시’(충북학연구소 연구총서 5집)란 제목의 단행본을 이달 말에 발간한다.
강원도 화천의 경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곡운구곡 관련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해 국내·외 학자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에 구곡 문화제 등을 마련해 구곡의 가치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축제 마당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

♣ 서예교육장과공원조성
‘괴산의 마지막 남은 비경’ 갈은구곡.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9개의 곡 이름과 한시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더구나 전·예·해·행·초서 등 한문서체의 다섯 가지 모두를 볼 수 있다. 한시와 서예의 현장 교육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올해는 우암 송시열 탄생 400주년이 되는 해다. 우암을 대표적인 충북의 선비로 부각시키고 화양구곡 주변에 충북선비문화관과 충북인물공원을 조성해 정신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 관광코스개발
중국 무이구곡을 찾은 관광객은 ‘주파이(竹筏)’라 부르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9.5㎞ 구간에 걸쳐 1시간 30분 가량 유람 길에 나선다. 이들은 마치 선경(仙境)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괴산의 경우 화양구곡 하류인 후평~지천(덕평)에도 뗏목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괴산에는 육군학생중앙군사학교가 들어선다. 연간 3만여명이 교육훈련을 받고 월 2천여명의 면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에 애인이나 가족 면회시 뗏목 타기 등은 멋진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또 구곡 주변 문화유적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화양구곡(괴산군 청천면)과 그 주변에는 ‘송자(宋子)’라 불린 대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의 묘소를 비롯해 그가 화양구곡에 은거하면서 남겨 놓은 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다. 시·군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7개의 구곡을 갖고 있는 괴산지역은 순수 국내 기술진으로 건설된 최초의 발전 전용 댐인 괴산댐(괴산수력발전소), 대하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생가, 현존 최고(最古)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의 저자 이문건의 증손가 등의 문화유적이 있다.

중국 무이산시(市)의 무이대극장에서는 매일 저녁 무이산(구곡) 등의 역사를 다룬 ‘무이신운(武夷神韻)’이란 가무극을 무대에 올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을 문화관광상품으로 연계하는 중국인의 기지와 문화의식이 돋보인다.
♣ 도로개설과수해복구신중
충북 등 전국의 주요 구곡 일부는 인접 도로가 개설되면서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또 제천의 용하구곡처럼 수해를 이유로 구곡 제방 곳곳에 돌을 인위적으로 쌓아올리고 시멘트로 덫칠을 해놔 자연미를 퇴색시킨 오점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구곡의 기본 요소는 무엇보다 산수(山水)다. 자연이 훼손되면 구곡의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 구곡문화관광특구설정
이상주 박사는 7개의 구곡이 존재하는 괴산을 중심으로 속리산계 남한강 상류에 9개의 구곡이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2001년 11월 충북에 ‘구곡문화관광특구’ 설정을 촉구했다.
이 박사는 “구곡문화관광특구는 산수관광과 문화관광을 병행할 수 있는 문화관광권으로, 구곡의 산수를 유람하며 구곡의 한시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구역”이라며 “국내적으로는 우리문화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세계적으로는 한국문화의 한 특색을 인식하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은 경북과 더불어 가장 많은 구곡이 있다.
경북이 구곡과 유교유적이 조화를 이루는 반면에 충북의 구곡은 산수는 있지만 (유교)문화는 실종됐다. 성리학자들의 삶과 사상이 투영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계곡에 불과하다.
또 ‘등하불명(燈下不明)’이다.
괴산지역은 전국 시·군 중에서 가장 많은 구곡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을 둘러보지 못하다보니 비교우위를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등잔 밑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장점일 수 없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과 예지(叡智)가 절실하다.

/ 기획취재팀

♣ 도움말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 김근수 괴산향토사연구회장, 김문기 경북대 교수, 김양식 충북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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