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반복돼선 안 된다

2009.06.22 18:06:10

지난 1월 50대 남성으로부터 부인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미귀가자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3일 전 야간근무를 마친 부인이 사흘째 연락이 두절되고 있으니 꼭 좀 찾아달라는 남성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경찰은 여성이 평소 채무관계로 고민해왔다는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단순가출로 분류하고 손을 뗐다.

13일 후 여성은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현도교 인근 하천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얼굴에 검은 비닐봉투가 씌워진 채 싸늘한 주검이 돼서 가족에게 돌아왔다.

경찰은 시신에 목맨 자국 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자살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자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비롯한 소지품과 신발이 없었고, 이동 흔적이 없는 등 타살의혹마저 제기됐다. 뒤늦게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가 트라제 승용차를 타고 사라진 폐쇄회로(CC)TV 장면과 시신에서 발견된 남성 유전자형을 가진 정액만이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유일한 증거다.

변사사건 처리에 있어 반드시 타살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수사의 기본인데도 타살을 자살로 잠정결론내린 부실한 초동수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방향을 엉뚱하게 잡은 탓에 초기 증거확보를 놓치면서 경찰수사는 발생 5개월이 되도록 답보상태다.

지난달에도 미귀가자 신고가 접수됐다. '혼자 살고 있는 누나가 며칠째 휴대전화가 꺼진 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1월 실종사건으로 경찰 안팎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탓인지 경찰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뚜렷한 가출동기가 없고 남성관계가 복잡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 범죄연루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즉시 수사에 나섰다.

미귀가자가 살해된 채 발견되자 경찰은 세밀한 탐문수사를 통해 용의자로 지목했던 피해자의 전 애인을 검거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혐의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불리한 질문에는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경찰이 확보한 범행도구 2가지가 범행을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였다.

경찰의 세밀하고 정교한 초동수사가 사건해결에 얼마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도 모든 강력사건이 손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충실한 기본을 바탕으로 피나는 노력을 했는데 아쉽게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영부영하다 수사방향을 엉뚱하게 잡는 '말도 안 되는 실수'는 반복돼선 안 된다. 지난 과오를 교훈삼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매진해야 할 듯 싶다.

경찰 치안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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