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2024.12.04 19:50:01

[충북일보] 비상계엄 사태가 해프닝 성격으로 끝났다. 천만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국민들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가슴을 졸였다. 윤 대통령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국민들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 후폭풍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충격과 공포의 밤은 길었다. 물리적 시간과는 사뭇 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5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150여분 후인 4일 새벽 1시께 본회의 표결에 들어갔다.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 다시 담화를 통해 계엄군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무장한 군인들의 국회 진입,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병력이동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6시간이 악몽처럼 길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정치권이 즉각 나섰다. 여야 대표는 즉각적으로 비난과 제지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인 계엄선포"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시간 만에 본회의를 개의해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우 의장 소집에 응해 신속하게 상황을 종결시킨 건 정말 다행이다. 자칫 나라 전체가 더 극심한 혼란으로 빠질 수 있었다. 본회의 소집에 이은 안건 처리는 위기에서 국회가 할 일을 보여줬다.

국회의 역할과 기능이 더 막중해졌다. 여야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냉정하게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국정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민의의 대표기관이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긴급 담화에서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과 예산안 삭감을 비난했다. 심지어 폭거, 독재, 내란 획책, 반국가 행위 등의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칭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질서 수호가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계엄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낳고 있다. 최대 쟁점은 헌법에 규정된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헌법과 계엄법은 비상계엄의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내용이 계엄요건에 맞는지는 법적으로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소재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레임덕과 오욕을 자초하게 됐다. 야당이 폭주한다고 대통령이 심야에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걸 쉽게 이해하긴 어렵다.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 건 도가 지나쳤다. 일단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책임부터 묻는 게 순서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국민들에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지금은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대한민국이 중심을 잃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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