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문 연 '나이트클럽'

'자진휴무' 업계 불문율 깨져

2009.06.07 18:33:28

현충일인 6일 밤 10시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A나이트클럽.

귀청을 때리는 듯 큰 음악,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 아래 수십 여명의 남녀들이 서로 엉켜 춤을 춘다.

짧은 치마 차림의 여성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여성들에게 야릇한 눈길을 보내는 남성들로 나이트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는다.

'팁'으로 받은 1만원권 지폐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객석 곳곳을 누비며 '부킹작업'에 열중하는 웨이터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청주지역 대형나이트클럽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기원하는 현충일에도 정상영업을 하고 있으며, 업소 앞에는 손님들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하성진 기자
인근에 있는 B나이트클럽도 사정은 마찬가지.

클럽에 들어서자 현란한 몸짓으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여성들이 눈에 띤다. 무대 위가 손님들로 붐볐던 다른 클럽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금 등의 상품을 내걸고 열린 '섹시춤 경연대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던진다. 치마를 짧게 들어올리기도 한다. 일부 여성은 아예 속옷만 걸친 채 춤을 춘다.

청주지역 대형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들의 상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명복을 비는 현충일에도 경품추첨행사를 하거나 성적호기심을 자극하는 댄스대회까지 여는 등 정상영업을 강행했다.

현충일만큼은 연중 유일한 임시휴일로 정하고 '알아서' 문을 열지 않았던 '업계의 불문율'을 스스로 깬 것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충일에는 순국선열의 뜻을 기려 음주와 가무를 자제하자는 뜻에서 임시휴일로 정하고 영업을 해오지 않았다. 경건한 날인만큼 사회적 공론에 따라 자숙하자는 의미다.

지난해만해도 청주지역 대부분의 나이트클럽이 자율적으로 휴무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모든 클럽이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주말과 맞물린 '현충일 특수'를 놓치기에는 매출타격 등 '출혈'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 업소 직원은 "경영진 쪽에서 현충일 영업 유무를 놓고 고심을 했다"면서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떨어지면서 정상영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충일 영업 결정을 내린 업소들은 '현충일=클럽 휴무'로 인식하고 있는 손님들에게 정상영업을 알리려 마구잡이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또 화려한 조명을 비춘 소형승용차를 업소 앞에 진열하고 경품추첨행사를 진행했다.

일부 업소는 심한 노출을 유도할 경우 공연음란죄에 해당되는 '섹시 춤 경연대회'를 현충일에도 열어 실종된 호국보훈정신의 단면을 보여줬다.

택시기사 김모(53)씨는 "오늘(6일) 하루만 나이트클럽에서 5명의 여성을 태웠는데 모두 술에 취했다"면서 "현충일마저도 흥청망청하는 현실을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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