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 권력 앞에 '낮은 포복'

불시단속 전날 법원·검찰에 공문 보내고 유선 통보까지

2009.06.03 20:28:08

충북경찰이 사법기관의 권력 앞에서 '낮은 포복하는 경찰'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경찰이 1일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출근길 집중단속에 나선 가운데 법원·검찰에 하루 전날 단속계획을 미리 통보해준 사실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을 통해 교통법규 준수 분위기를 조성하려 불시단속에 나선 경찰이 상대적 권력기관에 미리 단속계획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고 노파심에 유선통보까지 해줘 논란이 되고 있다.

◇고개숙인 불시단속

충북지방경찰청은 3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청주지법·지검 인근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안전띠 미착용,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행위 등을 단속했다. 같은 시간 충주 등 도내 3개 지원과 지청, 괴산 등 5개 군법원 출장소 정문 앞에서도 일제 단속을 벌였다.

단속결과 청주지법·지검 인근에서 안전띠미착용으로 신분확인이 되지 않은 운전자 1명만 적발됐고 다른 곳은 전혀 없었다.

충북도청 등 20개 관공서 정문 앞에서 모두 94명이 적발된 전날과는 상반된 결과다.

천지차이의 단속결과가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찰은 2일 오후 청주지법·지검을 비롯해 27개 관공서에 일제히 불시단속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불시적으로 교통법규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니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유선으로 3일 예정된 단속일정을 알려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관계자는 "충북청에서 이미 공문을 발송해 경찰서에서는 법원·검찰 총무과에 전화를 걸어 단속계획을 통보해줬다"고 말했다.

출근길 불시단속을 통해 법규준수를 확립해나가겠다고 공언한 경찰이 우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기관에 '세심한 배려(?)'를 보인 셈이다.

◇시민들만 '단속세례'

경찰로부터 단속계획을 전해들은 청주지법은 2일 오후 5시 30분께 구내방송을 내보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여직원이 방송을 통해 '내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법원 정문 앞에서 안전띠 미착용과 휴대전화 사용행위 단속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세심한 배려와 법원의 재빠른 전파(?)로 3일 이뤄진 교통단속에서 단 한명도 적발되지 않았다.

반면 경찰의 단속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만 '단속세례'를 맞았다.

이날 청주지법·지검 인근에서만 15명의 운전자들이 적발됐고, 청주의 한 반도체 공장과 영동군의 주방용품 공장에서 각각 4명이 범칙금스티커를 발부받았다.

청주동부소방서 정문 앞에서도 모두 10명이 적발됐지만 전날 경찰로부터 받은 단속일정 공문 덕분으로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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