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음주운전 '씽씽'

단속 사각지대… 곡예·난폭운전 빈번

2009.06.02 20:12:02

대학생 K(22)양은 며칠 전 자격증 시험공부를 마치고 밤 11시께 귀갓길에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정문을 나가려는 순간 K양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굉음을 울리며 무섭게 달려오는 승용차 때문이다.

차량에서 내려 '다친 곳 없느냐'고 묻는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

괜찮다는 K양의 대답을 들은 남학생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도로로 나가는듯한 차량은 정문 앞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교내로 들어왔다. K양은 쓰러진 자전거를 재빨리 인도 위에 올렸다.

요란한 음악과 함께 경음기를 울리며 지나가는 차량은 마치 곡예운전을 하듯 위태롭기만 했다.

충북도내 대학가가 음주운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캠퍼스일대는 물론 인근 상업밀집지역이 경찰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다보니 술에 취한 학생들이 서슴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청주지역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흥상권이 형성된 곳은 충북대 중문, 청주대 중문, 서원대 후문 등이 꼽힌다.

대학가 업소의 경우 다른 상업지역에 비해 저렴한 술값에 푸짐한 안주가 제공되다보니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의 단골이 되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대학마다 '종강파티' 시즌이 찾아오면서 술집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편의점 앞이나 야외 광장도 자리를 깔고 술잔을 부딪치는 남녀학생들로 붐빈다.

문제는 술자리가 끝난 뒤 이뤄지는 학생들의 음주운전행위다.

대부분의 대학가 도로가 워낙 좁은데다 인파 때문에 경찰의 음주운전단속이 쉽지 않다보니 상당수 학생들이 만취상태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다.

1일 밤 11시께 찾은 청주 A대학교 인근은 술집에서 나온 학생들이 곧바로 차량을 몰고 골목을 다녔고, B대학교도 차량성능을 뽐내려 곡예·난폭운전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모(22)양은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는 밤마다 난폭운전을 일삼는 학생들이 많은데 언뜻 봐도 음주운전"이라며 "'저러다 사고한번 크게 나야 정신 차리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대학가 음주운전 근절과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경찰 단속과 학교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모(26·S대 3년)씨는 "음주운전을 하는 학생 대부분이 대학가에선 음주운전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강력한 단속과 학교차원의 교육활동이 병행된다면 대학가 음주운전은 상당부분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학가 음주운전단속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대학가 상업지역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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