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나눠주기

2024.04.25 15:14:34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올봄, 황사가 문제이긴 하지만 만발한 꽃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매년 겪어왔던 봄 가뭄도 올해는 알맞게 내리는 봄비와 함께 산불도 없어 담당공무원들의 고생도 덜했습니다.

물론 이상 저온현상으로 꽃의 개화시기가 당초 예상과 달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계획했던 축제들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청주에서도 지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려고 했던 무심천 푸드트럭축제를 1주일 연기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로 조정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벚꽃 만개일은 맞추진 못했어도 개화는 되었기에 그런대로 시민들이 축제를 즐겼습니다.

저도 오래전 대전시에 근무할 때, 신탄진 벚꽃축제를 준비하면서 개화시기를 맞추기 위해 고민했던 일이 생생합니다. 요 몇 년 전국의 이상기후로 봄꽃들이 동시에 만개하는 현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원래는 개나리, 목련, 벚꽃, 영산홍과 철쭉들이 순차적으로 남쪽에서 북으로 올라오며 피어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요. 벚꽃만 봐도 멀리 남쪽 진해에서 경주로 올라오며 청주나 대전은 한주일 정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벚꽃개화기에 맞춘 노점상들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순차적으로 올라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단속·저항의 실랑이가 벌어졌었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주의 일선공무원들은 봄철 산불감시와 무심천 벚꽃거리의 노점상 단속으로 2중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개화시기의 근접과 시민의식의 향상 등으로 이젠 노점상 단속의 어려움은 줄어들고 순수히 꽃을 즐기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조성이 중요한 일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무심천 푸드트럭축제도 환경을 생각하여 일회용기보다는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등 진일보한 의식 속에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봄의 기운을 느끼는 꽃봉오리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펴는 나들이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꽃의 개화시기는 기온과 광(光)주기 그러니까 낮의 길이 등의 영향으로 최적 조건일 때 핀다고 합니다. 현재 개화시기 예측은 산림청과 민간기상업체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기상청은 예측이 아닌 실제 개화한 날짜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1973년부터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의 발아, 개화·만발 시기 등을 기록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저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무심천 봄꽃 나들이를 즐겼습니다. 일주일 이상 벚꽃을 보았는데 한꺼번에 져 아쉽다 하는 순간에 대교가까이 롤라스케이트장 옆에 펼쳐진 튤립의 향연,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옆에선 시민 한 분이 "와, 환상이다!"라고 하더군요. 공감했습니다.

이번에 아내가 마당에 만든 한평 반 화단에 봄꽃을 한 아름 사다 심었는데요. 그 작은 공간에서 영산홍의 붉은 물결과 어울린 파랑, 노랑, 하양 꽃들이 제게는 처음 맞는 봄인 듯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매년 식목일,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묘목에 예쁜 꽃씨도 나누어 주면 어떨까 하고요. 아예 시민들도 참여하여 꽃씨와 꽃묘도 서로 주고받는 마당을 만드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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