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과 뇌물

2024.04.21 14:30:05

오기만

배움터 지킴이

지방의 시골 학교 배움터지킴이의 뇌물 이야기다.

은퇴 나이를 훨씬 넘겨 아무도 찾지 않는 팔순(八旬)노인이 새 일자리를 찾았다. 지식인들이 근무하는 학교이다.

근무 첫날 교정에 들어서면서 잘 가꾸어 꽃들이 만발한 정돈된 화단이 인상 깊었다.

2층의 배움터지킴이실에 오르는 복도는 물론, 창틀과 계단의 구석 각진 곳까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핸드레일 또한 손자국 흔적 없이 빛이 나 있었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배움터지킴이실에는 앞 근무자가 깨끗이 사용한 편의 시설의 소파, 냉, 난방기는 물론, 냉장고, 커피폿트 등이 잘 갖추어져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한 독립된 공간이 더욱 마음 편하게 느껴졌다.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사회의 부정과 비리, 청탁성의 뇌물, 그리고 자선 사업의 훈훈(薰薰: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함)한 소식과 어려운 분들에게 베푸는 착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근거 없는 학교 뇌물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 무엇이며 학교 선생님들과 교직원 들의 뭇매를 맞을 큰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배움터지킴이 노인의 학교 뇌물 이야기는 집에서 작성한 글을 급히 메일로 보내야 하는 컴퓨터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출근 첫째 날 배움터지킴이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신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컴퓨터 몸체를 학교에 가져와야만 했다.

이름과 직책을 모르는 첫날의 도움을 받은 선생님의 점심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염치불구 하고 약속된 시간에 메일이 늦지 않도록 보내 달라는 청탁 아닌 도움의 요청을 하게 되었다.

배움터지킴이 본인 휴대폰 번호와 생년월일 뿐만이 아닌, 집 식구의 성명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e-메일 주소 등을 입력하여 정상 복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움터지킴이의 새 아이디와 비밀번호의 변경으로 메일도 정시에 보내 주시고 컴퓨터 사용을 다시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배움터지킴이 노인의 능력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 주셨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몇 번이나 거듭 되뇌었으나,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뇌물 아닌 고마운 마음의 뜻을 전하고 싶어졌다.

자식들이 이민간지 오래고 팔순(八旬)의 부모 효도 관광을 위해 성장한 손주들과 함께 부모를 찾으면서 기내에서 받은 광고용 선물이 였다.

앙증맞고 크기도 옹색하지 않은 양주병에 넣은 사막 석양의 야자수 풍경이였다.

'귀한시간 할애해 주셔서 거듭 감사합니다.'라는 쪽지 메모지를 선물용 예쁜 포장도 아닌 서류 봉투에 함께 넣었다.

받을 수 없다면서 뿌리치시는 사양에도 불구하고 배움터지킴이실 출입문 앞 복도까지 따라 나가게 되었다.

부담을 느끼시지 않아도 되는 고마움의 뜻이니 받아 주셔야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서 쥐어 주게 되었다.

학교의 본질은 가르치는 것으로 사회 통념의 부정과 관련한 청탁이니, 뇌물이니, 하는 낱말 자체가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뇌물성의 선물은 규제됨이 마땅하다.

그러나 교내에서 선물 아닌 고마움의 뜻이 담긴 표현의 물건을 주고받음에 스스로 눈치를 살피고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됨은 지나친 기우(杞憂:쓸데없는 걱정)이다.

보수적이고 고정관념의 완고한 세대의 삶이 그렇듯 배움터지킴이 자신은 신세를 진 고마움의 뜻인 물건을 주고받음은 예의(禮意:예절의 뜻))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8교시 수업이 끝나 정문과 교내에 머무는 학생들을 살피는 순찰을 마친 뒤 배움터지킴이실에 돌아오니 고마움의 뜻이라고 전한 물건이 다시 되돌려져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쪽지 메모에 고마움의 뜻 마음만 받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자원봉사자 배움터지킴이 노인의 고집스러운 집착이 지나쳤다는 생각을 해 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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