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기상재해, 일조량 부족

2024.04.21 14:31:12

송용섭

농업미래학자 교육학박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 중 하나인 진해 군항제와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를 비롯해 전국의 여러 지역 명소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벌어졌고, 3월 중 개최 예정이었던 옥천군과 신안군의 '유채꽃 축제'가 취소되었다. 이상 기온으로 지난 겨울철부터 잦은 비와 적은 일조량으로 인하여 벚꽃 개화 시기가 예측보다 늦어졌고, 유채꽃 생육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이상 기후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 곳은 농촌 현장이다. 일조량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각종 시설채소를 비롯한 농산물 생산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왔다. 농작물에 일조량이 부족하게 되면 생육에 장애를 가져와 과실의 크기가 작고 맛도 떨어지는 등 수량 감소는 물론 품질 저하로 직결된다.

딸기, 토마토, 오이, 수박, 참외, 멜론, 애호박 등 시설 과채류뿐 아니라 양배추, 깻잎, 감자, 파 등 노지 작물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엽채류, 과채류 등 채소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고물가 먹거리 걱정이 더 커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 초 2개월간(1월 1일~3월 6일)의 농업 기상을 분석한 결과, 기온은 평년보다 2도 높은 3도를 기록했고, 강수량은 154.7㎜로 평년 73.7㎜보다 2배 이상 많았으며, 일조시간은 302.0시간으로 평년보다 79.1시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 딸기, 토마토 등 시설재배 작물에서 생육 부진과 함께 곰팡이병 등의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조(日照)는 태양광선이 구름, 안개로 가려지지 않고 지상을 비추는 것으로 그 시간을 일조시간이라 칭하는데, 일조시간은 사람의 건강과 쾌적한 생활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식물 성장에 영향을 주는 온도, 습도, 토양 여건 등은 일조량과 상호작용하여 식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일조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면 식물은 생장이 정지되는데 광합성과 같은 생장에 필요한 기본 생리작용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물 과목을 통해 배웠던 광합성 작용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광합성(光合成)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포도당과 산소를 만드는 과정으로써 화학식으로는 6CO2 + 6H2O --(빛 에너지)→ C6H12O6 + 6O2로 표기된다. 세포 내의 엽록체가 이러한 광합성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데, 햇빛을 받아야만 광합성 작용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식물마다 필요한 일조량이 다르고 생육 단계에 따라 적절한 일조량이 제공될 때 건강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양지식물, 반양지 식물, 반음지 식물, 음지식물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일조시간의 정도가 기준이 된다.

올해 생산량 감소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은 일조량의 절대적인 부족이 초래한 것으로 이번 피해는 지난 2010년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12월부터 지난달 사이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농작물 생육 부진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 일조량 부족을 재해로 규정한 사례로서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상과 농작물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면 해당 농가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일조량 부족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의 하나로서 가뭄, 폭우, 태풍, 폭염 등의 재해와 함께 또 하나의 심각한 기상재해인 것을 최근 먹거리 급등으로 이어진 뼈아픈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따라서 일조량 부족에 대응한 농작물 관리 신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뿐만 아니라 영농 현장에 LED 보광등 설치와 같은 작목별 농가 대응 기술을 신속하게 보급하는 등 더 적극적인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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