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2024.04.11 14:25:49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올해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됩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저는 당시 현직 시장으로서 경로당을 점검 나갔다 할머니들이 TV를 보시면서 배가 가라앉는 중계화면을 가리켜주어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나 할머니들도 모두 조금 있으면 구조선이 와서 구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사무실로 돌아왔었습니다. 오후 늦게 되어서야 상황이 급변하여 엄청난 참사로 이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을 되돌아봤습니다. 아침 8시 49분 침몰되기 시작한 세월호는 모두 476명이 탑승하여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영구실종으로 판명되면서 304명이란 인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이 있어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저희들도 그랬지만 고2 때 주로 이루어지는 수학여행을 제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325명이 탔는데 구조된 학생은 75명이었습니다. 함께 탄 선생님은 14명이었는데 11명이 숨졌습니다. 그러나 구조된 3명의 선생님 중 교감선생님이 제자 잃은 죄책감으로 사고발생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2명만 살아난 격이나 이 선생님들도 장기간 병가를 냈다가 결국 교직을 물러났다고 합니다. 구조된 학생들도 충격으로 학업을 오랜 기간 하지 못하고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참사는 이들 학생들과 선생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대형사고를 보면서도 사실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닥친 재앙으로 안됐다는 동정심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월호 참사는 TV로 생중계되는 화면을 보며 자식 둔 부모입장에서 마치 자기 자식을 잃는 심정을 갖게 된 것입니다. 가라앉는 세월호에 갇혀있는 아이들이 남의 자식이 아닌 내 아이 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 당시나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안전불감증이다 관계부서의 관리소홀로 인한 인재라는 사고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른 관심과 대책이 오랜 시간 이루어졌고 아직도 더 따져보아야 할 사건이라고 봅니다.

사건 당시 선박운행을 책임졌던 선장 등 선박직들과 기관직들의 선원들은 무책임하게 탈출하였지만, 침몰을 사실상 모른 채 승객서비스를 하였던 관리직들이 뒤늦게 승객들을 탈출시키고, 더 많이 구조하려다 목숨을 잃은 영웅적 활동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중에는 승무원인 여직원과 그의 약혼자인 아르바이트생 청년도 있어 양쪽 집안 부모들께서 영혼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있었습니다. 또 제자를 구하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다 숨진 선생님들도 거의 꽃다운 나이였기에 그분들의 사연도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그 가운데 6반 담임 34세의 남윤철선생님! 그는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빨리 나가라고 독려하여 인접반보다 많은 인명을 구하고 자신은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이분의 아버지는 바로 청주에 계신 남수현치과 원장님이십니다. 모교인 국민대에서 마지막 수업을 받은 강의실을 '남윤철강의실'로 명명하여 기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4·10총선에서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께서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감회가 새로울 것입니다. 지난해 오송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참사도 그렇습니다만 이제는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재난에는 세월호에서 숨져간 남의 아이들이 아닌 내 아이, 우리들의 아이가 당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대응하도록 재난대응에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러기에 생존한 여학생이 울부짖으며 내놓은 말에 귀 기울여 봅니다.

"이 사건으로 어른들에 대한 신뢰,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나쁜 세상을 물려주어 죄짓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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