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뿐인가

2024.03.20 17:34:24

이정균

시사평론가

집권여당 국민의힘에서 터져 나오는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는 여론조사 결과로도 입증됐다. 수도권 위기론이 고조되던 지난 12~14일 한국갤럽이 전국 18세 이상 1천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일주일전 45% 대비 1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경기와 인천은 30% 초반대로 비슷했다. 공수처 출국금지 목록에 오른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횟칼 테러 발언 등으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고 한다. 총선 참패 위기에 몰린 국힘의 압박과 싸늘한 여론에 못 이겨 결국 20일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귀국조치가 내려지긴 했지만 한 번 돌아선 민심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게 됐다.

*** 집권 세력 위기관리 미숙

불과 일주일 만에 집권당 지지율이 15%p 하락하는 일은 흔치 않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인 정권 전반기에, 그것도 총선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위기관리 미숙으로 집권 세력의 취약한 권력기반이 드러났다. 동시에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허약성도 노출됐다. 이와 유사한 사안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지지율이 흔들리는 위기국면을 맞을 수 있고, 초기 대응 실패가 가져오는 민심이반의 위험성을 경고한 셈이다.

수도권 위기론은 곧장 지방으로 파급된다. 우리나라를 특징짓는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일체의 재화와 서비스가 수도권으로 집중됨과 함께 전국이 수도권 영향 하에 놓인다는 뜻과 같다.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에 국민의 절반이 살고 전국 254개 국회 지역구 의석 가운데 122개(서울 48, 경기 60, 인천 14)가 수도권 몫이다. 정치 영역의 수도권 위기론은 전국 위기론으로 번진다. 특히 수도권과 연접한 충청권은 그 정도가 크고 깊다.

15~16일 글로벌리서치가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하고 지난 18~19일 발표된 충북의 신문방송 6사 공동 총선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 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충북 8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우세 선거구는 청주상당 이강일, 청주흥덕 이연희, 증평진천음성 임호선 3곳이고 국민의힘 우세 선거구는 제천단양 엄태영, 괴산보은옥천영동 박덕흠 2곳이다. 청주서원은 국민의힘 김진모, 충주는 국민의힘 이종배 오차범위 내 우세이며 청주청원은 국민의힘 김수민과 민주당 송재봉 동률로 조사됐다.

수치로만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엇비슷해 보여도 내용을 분석하면 그렇지 않다. 먼저 달리기 시작한 국민의힘과 늦게 출발한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선거일 20여일을 앞 둔 시점에 오차범위 내이거나 동률이라는 것은 매우 유의미 하게 볼 대목이다.

충북 선거의 격전지 청주 4개 선거구는 현역 의원 4명 모두 공천을 받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치러진다. 청주상당은 민주당 이강일 50%, 국민의힘 서승우 30%로 나왔다. 이강일 후보 지지율은 지역위원장 활동, 당내 경선에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승리, 국힘 정우택 의원 공천 취소 반사이익 등의 작용으로 분석된다. 서승우 후보 지지율은 정우택 의원 낙마에 따라 전략공천 대상으로 추천돼 공천 확정되기 이전이고 상당구에서 본격 활동하지 않은 상태여서 당 지지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주서원은 민주당 이광희 38%, 국민의힘 김진모 41%다. 이광희 후보는 경선에서 현역 이장섭 의원을 꺾고 늦게 공천 받았지만 김진모 후보는 당협위원장으로 당내 경쟁자 없이 적지 않은 기간 혼자 뛰었는데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청주흥덕은 민주당 이연희 48%, 국민의힘 김동원 33%다. 이연희 후보는 경선에서 3선 도종환 의원을 이기고 늦게 본선에 뛰어들었고 이번 총선을 위해 청주지역에 내려 와 활동한 기간도 김동원 후보에 대비할 때 아주 짧다. 청주청원은 민주당 송재봉 42%, 국민의힘 김수민 42%로 동률이다. 송재봉 후보는 5선 현역 변재일 의원 거취, 신용한 후보와 경선 등 때문에 김수민 후보에 비해 본선 등판이 늦었다.

*** 청주권에도 영향

국민의힘 후보들은 민주당에 비해 대부분 잡음 없이 이른 시간에 공천을 확정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으나 민주당 후보들은 당내 사정으로 경선이 늦게 치러졌고 과정에서 난관도 많았다. 청주권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 집권여당의 수도권 위기론과 청주권 위기론에 관심 갖는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 미흡한 전·현 집권세력과 어느 한쪽 정당의 국회 완전 장악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가 국가와 민생을 어떻게 후퇴시키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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