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애련의 장례식

2024.03.18 14:37:57

애련의 장례식
        이현복
        충북시인협회 회원


계묘년 2월 17일 제천 개나리공원
놀란 얼굴로 모여든 사람들 사이를
여섯 살 아이가 종달음질 친다

할아버지가 항아리에 어떻게 들어갔지?
어떻게 들어갔을까,
아이가 혼자 중얼거리고
식지 않은 항아리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의 울음 사이로
아이는 뛰어다니고
구두코에 떨어지는 젖은 햇살 사이를
아이는 휘저으며 다니고

술잔을 올리고 향불이 꺼지고
시인은 액자 속에서 맑은 눈으로 아이를 보고
아이의 머리카락 사이로 낯익은 한숨이 접히고
짧은 2월의 해는 사람들의 등을 밀어낸다

온 천지에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이
새벽이슬 사이로 햇살 사이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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