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의 눈귀를 막지 마라

2009.05.21 20:06:00

박기륜 충북지방경찰청장이 오는 30일 취임 100일 맞는다.

8일 후면 박 청장의 '허니문' 기간이 끝난다. 이날 박 청장은 취임 후 첫 공개 성적표를 받는다.

박 청장의 100일 성적이 '수'가 나올지 아니면 '가'가 나올지는 모른다. '수'가 나온다면 박 청장의 능력은 단연 돋보인다.

설령 최하위 성적을 받는다 해도 채찍질을 할 수는 없다.

취임 후 100일간의 실적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허니문 효과' 때문이다. 쏟아지는 질책을 막을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된다는 의미다.

30일 '뻥'하고 터질 박 청장의 100일 성적이 '수'가 아니더라도 그가 보여준 행보는 회자가 돼왔다.

박 청장은 지난 2월 20일 이춘성 전 청장의 사표수리로 청장 직무대리를 맡다 3월 10일 정기인사에서 청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당시 경찰 안팎에서는 "충북에 연고도 없는데 조용히 지내다 가겠지"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출입기자들도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모든 이의 추측은 빗나갔다.

그는 부임 이후 도내 11개 경찰서를 돌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창의적인 과학치안으로 한국 경찰의 위상을 고양시키는데 충북경찰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촌놈 경찰'을 탈피하고 '글로벌 경찰'이 되자는 것이다.

프랑스에 있는 인터폴 집행위원을 맡는 등 '외사통'답게 외국인근로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 국제화시대에 경찰의 새로운 위상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노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관 1명이 1개 경로당과 자매결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전국 최초 '50cc미만 무등록 오토바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안팎으로 숨 가쁜 행보를 보인 그에게서 고향땅을 밟은 역대 일부 청장들보다 오히려 충북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점을 느낀다.

박 청장이 그간 내놓은 각종 치안정책들은 서서히 틀이 잡히고 있다. 정책추진은 유능한 실무진들에게 잠시 맡겨두고 이젠 조직내부를 진단해야 할 때다.

부하들의 무조건식 '용비어천가'는 수장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충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청장에게 충언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몇 명 될까?

오로지 출세를 위해 지휘관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기보단 상대를 헐뜯기에 급급하다.

실력도 없이 잔머리만 굴리고, 치안업무는 뒷전인 채 힘 있는 상급자에게 줄을 대려 밤낮 뛰어다니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고질적 병폐는 뿌리 뽑아야 한다. 이젠 청장이 현미경을 통해 내부 곳곳을 관찰해야 한다. 암세포가 보이면 과감히 메스를 들어 도려내야 한다.

지근거리에서 청장을 보필하는 간부들이 되레 청장의 눈과 귀를 막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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