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빈대떡 신사' 급증

무전취식·무임승차 즉심회부 전년대비 54% 증가

2009.05.19 19:56:35

회사에 불어 닥친 감원바람으로 지난해 12월 쫓겨나다시피 퇴사한 J(50)씨는 오갈 곳도 없는 떠돌이신세가 됐다.

가난에 허덕이던 부인 L(46)씨도 자취를 감췄다. 술에 의지하며 생활하던 J씨는 아들이 준 용돈마저 떨어지게 되자 배고픔에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종일 굶었던 J씨는 제육볶음과 소주 2병을 시켜 배를 채웠다.

포만감도 잠시, 음식 값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종업원이 잠시 주방에 들어간 사이 줄행랑을 치려던 J씨는 마침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도보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 K(42)씨. 3시간동안 전단지 500장을 돌리고 받은 돈은 1만2천원. 다리가 매우 아픈 K씨는 흥덕구 사직동에서 택시에 올라 타 집으로 향했다.

상당구 내덕동 집 근처에 도착한 K씨는 택시요금 3천500원을 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잔머리를 썼다. "돈이 없는데 집에 가서 얼른 갖고 오겠다"며 기사를 속이고 도망치다가 끝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불황으로 '현대판 빈대떡 신사'들이 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즉결심판에 회부된 사람은 모두 14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명과 비교해 54.3%가 증가한 수치다. 올 들어 한 달 평균 36명이 즉심에 회부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400명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경찰청 음영동 생활질서계장은 "지난해 말부터 실업자가 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무전취식 등을 하다 경범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다 적발되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경기불황에 따른 생활형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충북지역 음식점과 택시업계에서는 '무전취식·무임승차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흥덕구 봉명동 모 식당 주인 A씨는 "요즘 들어 음식 시켜 먹고 달아나는 경우가 한 달에 한번 꼴"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 같으면 불쌍한 사람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요즘같이 힘들 때는 화가 많이 난다"고 했다.

개인택시기사 B씨도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돈 없는데 마음대로 하라'며 '배째라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전했다.

/ 하성진기자 seongjin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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